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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올들어 '답답한 안정세'

달러수급 전적 의존…적정환율 반영 못해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엔화가치 변화 등 국제금융시장 변화는 물론이고 경기호전,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각종 거시경제 변수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올들어 변동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부자연스러운 환율안정이 지속될 경우 외환시장이 위축되고 수출경쟁력에도 악영향이 초래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하루 환율변동폭(장중 최고환율-최저환율)은 지난 1월 6원70전에서 2월 4원70전, 3월 3원80전으로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1년간의 하루 환율변동폭 평균치가 6원70전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올들어 환율 움직임이 현저히 둔화된 것이다. 3월22일에는 변동폭이 1원20전에 그쳐 1년6개월여 만에 가장 좁은 '붙박이 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환율의 변동폭이 미미해지면서 그동안 가장 예민하게 반응했던 엔화가치의 변화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3월 첫주인 4일부터 8일 사이에 엔화환율(달러/엔)은 134엔대에서 126엔대까지 급락했지만 원화환율은 1,310원대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대로 엔화가치가 현저히 약세를 보인 셋째주(3월18~22일)에도 원화환율은 거의 제자리 걸음으로 일관했다. 더욱이 2~3월은 국내 경기가 급속히 호전되는 신호를 보여 과열논란을 빚을 정도였지만 환율은 이 같은 경제상황을 반영, 원화가치가 상승하기는커녕 '답답한 안정세'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소폭의 환율 오름세로 이어졌다. 1월 평균환율(매매기준)은 1,317원에서 2월 1,319원85전, 3월 1,322원72전으로 높아졌다. 또 신용등급이 두단계나 상승한 지난주에도 환율은 달러공급 요인으로 인해 소폭 떨어지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경기호전, 신용등급 상승 등의 호재에도 시장의 반응이 너무 없어 의아할 정도 "라며 "거래심리가 이렇게 위축되면 외환시장 체질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왜 안 움직이나 3월 한달간 엔ㆍ달러 환율은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초순에 급격히 떨어졌다 중순에는 상승세를 타기도 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횡보했다. 그러나 원ㆍ달러 환율은 이런 엔화환율 동향에 무덤덤했다. 그동안 원화환율은 적어도 엔화가치 변화의 70% 이상은 반영했다. 엔화가치가 10% 떨어지면 원화가치는 7% 정도는 떨어졌던 것이다. 경기가 좋아져 경제성장률 예측도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는데 원화가치가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변수가 상충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주가가 급상승한 3월 중순까지 외국인들은 1조원 이상 순매도해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이 일었다. 경기호전과 주가 급상승 등 당시 분위기로는 원화가 강세로 치달아야 했지만 예상을 거스른 달러 수요로 균형이 잡혔다. 이런 식으로 수급요인들이 두드러져 거시 변수가 반영되지 못하다보니 점차 둔감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원인 분석은 무의미하다. 시장 참여자들이 어느새 심리적으로 동질화됐다. 그게 시장이다"는 시각도 있다. ◇ 외환거래도 크게 줄어 환율이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채 달러 수급에 의해서만 움직이다보니 변동폭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루 환율변동폭이 3월에는 3원80전으로 4원을 밑돌았다. 이처럼 환율이 변하지 않다보니 시장 참여자들 스스로 거래를 피하게 된다. 환율변동폭이 미미할수록 거래를 통해 이익을 낼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국은행을 비롯한 주요 원ㆍ달러 시장 참여자들이 최근 거래에 흥미를 잃고 있다"며 "지나친 안정은 시장의 역동성을 해치고 위축시키는 역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수출업체의 자금담당 임원도 "최근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외환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워낙 환율변화가 미미하다보니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자는 "부작용을 우려할 정도로 외환시장의 역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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