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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은 없다

친구 사무실 윗층에 운명철학원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며칠 전 경찰이 출동하고 큰 소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사주팔자나 관상을 보는 운명철학원에 경찰이 출동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고 의아해 했는데 역시 돈이 걸린 문제였다. 한 중년부인이 철학원 도사(?)님의 말씀을 듣고 거액을 투자했는데 결국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평생을 어렵사리 모아 속된 말로 `몰빵`을 한 그 부인은 `같이 죽자`고 원장을 협박했고 신변의 위험을 느낀 원장은 경찰이 말리는 틈을 타 줄행랑을 놓았다고 한다. 그 후 그 운명철학원의 셔터는 계속 닫혀져 있고 한때 신통방통한 도사님으로 통하던 원장님은 종적이 묘연해졌다고 한다. 운명철학원 도사님이 사기단에 가담했는지, 아니면 하도 답답해 하는 고객의 심경을 이리저리 재본 뒤 `투자하라`고 결정을 내려줬는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정말 어처구니없는 투자상담과 투자결행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 중년부인처럼 대박을 노리다 쪽박을 차는 사람, 몇 푼 벌어보자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사기단에 잘못 걸려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모두 다 일확천금을 노리다 자멸한 경우다. 한때 유명 대부업체로 통했던 굿머니사건도 그렇다. 굿머니사건은 세상물정 모르는 주부들이 명의를 빌려주면 1,000만여원의 사례비를 준다는 브로커들의 말에 속아 결국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건이다. 1,000만여원을 먹으려다 1인당 1억~2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 이 모두 경기불황과 저금리가 빚어낸 어두운 그림자들이다. 단기간에 입출금이 이뤄지는 이른바 부동자금이 조사기관마다 다르긴 하지만 적게는 380조원에서 많게는 680조원이라고 한다. 예전처럼 경기가 좋으면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많겠지만 요즘처럼 불황에다 저금리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 보니 이런 맹점을 이용한 금융사기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절대 공짜가 없는 법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바로 인생이다. 인생은 바로 `제로 섬 경기(zero sum game)`라고 할 수 있다.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돌아오는 소득이란 흔하지 않다. 로또 같은 복권에 우연찮게 떨어지는 횡재를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맑은 하늘에 벼락 맞는 것보다도 더 힘든 일이다. 사람이 뜻하지 않은 돈이나 재물을 얻게 되면 정신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예기치 못한 횡재를 하면 먼저 사람을 피하는 대인기피증이 생긴다고 한다. 누군가 나를 해코지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불면증도 깊어진다. 갑작스런 횡재는 또 과거와 현재의 삶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문화적인 충격으로 이어진다. 결국 정신적인 공황에 빠지고 만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이 옛 친구와 옛날 생활을 그리워함은 바로 얻은 것에 대한 또 다른 상실감일 것이다. 행복은 결코 요행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또 그렇게 요행으로 얻은 기회나 재물은 쉽게 사라진다. 카지노ㆍ경마ㆍ로또복권에 이어 토토복권이 나오고 저금리를 이용해 대박을 터뜨릴 것 같은 각종 사기상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쉽게 번 돈은 그보다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백성 가운데 요행을 바라는 사람이 많은 것은 나라의 불행이다`는 옛말이 있다. 대박을 좇다 쪽박을 차는 이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보통 큰 병에 걸린 게 아니라는 걱정이 든다. 신용카드로 한 번 홍역을 치르더니 이번에는 부동산과 금융사기가 다시 확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던 초기 삼부파이낸스를 시작으로 금융사건이 급증했던 악몽이 자꾸 떠오른다. 땀 흘려 번 돈의 가치를 새삼 떠올릴 때다. <김희중<경제부장> jj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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