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주변은 거리 예술가들의 새로운 무대로<BR>대형서점·미술관·극장등 가까워 즐거움 선사<BR>유적지·풍물시장·쇼핑몰도 명소로 자리매김
| 빨래하는 아낙네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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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판자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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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3가 부근 고추잠자리 조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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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이 열린다] 문화·관광·쇼핑 중심지로 거듭난다
다리주변은 거리 예술가들의 새로운 무대로대형서점·미술관·극장등 가까워 즐거움 선사유적지·풍물시장·쇼핑몰도 명소로 자리매김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
빨래하는 아낙네들
청계천 판자촌
청계천3가 부근 고추잠자리 조형물
‘광통교 아래 가게 각색(各色) 그림 걸렸구나. 보기좋은 병풍차(屛風次)에 백자도(百子圖) 요지연(瑤池宴)과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며, 강남(江南)금릉(金陵)경직도(耕織圖)며, 한가한 소상팔경(蘇湘八景), 산수도(山水圖)도 기이하다.’
1800년대 서울의 풍물을 노래한 ‘한양가’의 한 대목이다. 한양가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 청계천 주변에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그림과 서적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서민들은 이 곳에서 자녀들을 위해 명심보감, 동몽선습 등 기초학습서를 구입하고 소박한 산수화를 구해 방 한쪽 벽에 걸었다. 노인들은 다리 주변에서 행인들에게 돈을 받고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처럼 청계천은 당시 서민 문화의 중심지였다.
◇문화의 물줄기도 다시 흐른다=그러나 청계천 복개 공사가 시작되면서 다리 주변에 가득 진열돼 있던 책과 그림, 거리 노인의 기묘한 이야기는 모두 지하세계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제 새 물길이 열리면서 어둠의 세계에 갇혀버렸던 청계천의 문화도 빛의 세계로 돌아온다. 물론 돈을 받고 이야기를 들려주던 옛 노인은 없다. 대신 21세기판 거리의 예술가들이 청계천변에서 새로운 문화의 꽃을 피운다.
청계천 예술가들은 청계천시점부의 청계광장을 비롯해 모전교ㆍ광교ㆍ장통교ㆍ세운교 등 다리 주변에 설치된 수변 무대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통기타를 친다. 또한 청계천 주변을 오가는 시민들 앞에서 판토마임과 락 공연을 선보인다.
청계천 변에서 책을 사고 팔던 흐뭇한 모습도 현대판으로 되살아난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북스리브로 등 대형서점과 동대문 평화시장 인근 헌책방이 청계천을 따라 자연스럽게 서점가를 이루며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더불어 청계천은 주변의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일민미술관 등의 미술관과 세종문화회관, 연강홀 등의 공연장, 단성사, 피카디리 등 종로 극장가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면서 서울 도심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된다.
◇주변에 관광ㆍ쇼핑 거리도 많아=새 물길이 열린 청계천은 문화의 중심지인 동시에 관광 명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조선의 수도, 한양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흘렀던 지천이었던 만큼 다리마다 이야기가 넘치고 가까운 곳에 유적지도 많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관광 명물은 역시 청계천의 다리들. 조선 태종이 계모 신덕왕후의 묘석을 뽑아 만든 광교나 조선 명종 때 임꺽정이 도성을 몰래 드나들 때 사용했던 오간수교 주변을 거닐다보면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청계천 다리를 따라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다보면 역사 유적지를 발견할 수 있다. 모전교를 따라 시청 쪽으로 움직이면 덕수궁이, 수표교나 관수교를 넘어 종로 쪽으로 가면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셨던 종묘가 나타난다. 다산교나 영도교를 건너 청계7가 북단으로 가면 삼국지 3걸 중의 한명인 관우 상을 모셔놓은 동묘를 둘러볼 수 있다.
청계천은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고자 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쇼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관광지다. 세운교 북단에선 조명ㆍ전기 제품을 파는 세운상가가, 나래교 남단에선 옷과 각종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평화시장이 손님을 기다린다. 청계천을 따라 좀 더 아랫쪽으로 내려오면 오간수교 남단에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 만점인 두산타워, 프레아타운, 밀리오레, 신ㆍ동평화 패션타운 등 패션몰을 만날 수 있다. 또 근처 동대문운동장 내 풍물시장에서는 골동품과 생활잡화를 싼 값에 고르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입력시간 : 2005/09/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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