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수주 실적에 스며든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의 땀.’ 국내 조선사들이 연일 ‘수주 대박’을 터뜨리며 세계의 바다를 휩쓸면서 해외를 찾는 조선업계 CEO들의 발길도 그 어느 때보다 잦아지고 있다. 조선 CEO들은 세계 구석구석을 내 집처럼 누비고 다녀 한해 평균 100일 이상을 해외 출장으로 보내고 있을 정도다. 사실상 북한을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 곳이든 달려간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외국 선주들은 선박 수주 공식 세리머니에 국내 조선 CEO들의 참석을 간곡히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 출장은 갈수록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CEO는 외국 방문길에 선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발품경영으로 수주전쟁에서 연거푸 대어를 낚고 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의 경우 지난해 110여일 동안 해외에서 선주들을 찾아 국내 조선강국의 입지를 다져왔다. 김 사장은 한해 평균 130일을 해외에서 보내 지구 12바퀴를 돌 정도로 전 세계를 누벼 항공기 탑승 누적 마일리지가 무려 200만마일에 달한다. 지난 3월 취임한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은 그동안 내부 현안과 임직원들의 결속을 다진 후 최근 중국과 유럽 지역 선사들을 방문해 해외고객 관리에 시동을 걸었다. 한대윤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선사들과 선박 수주에 대한 막판 협상을 벌이기 위해 전 세계 곳곳을 누볐다. 지난 한해 동안 120일을 해외에서 보낸 데 이어 올해에는 80일을 선주들과 함께했다. 5월 한달에만 20일을 해외에서 지냈다. 정광석 STX조선 사장은 일년에 평균 2~3달을 해외 선사와의 수주 계약을 위해 전 세계를 찾아다녔다. 올 들어서는 말레이시아와 이탈리아 등에 계약 성사를 위해 방문했으며 조만간 그리스 아테네로 달려갈 예정이다. 조선 CEO들의 해외 출장이 잦은 이유는 국내에서 수주하는 물량이 전체 물량의 5%에도 못 미치는 등 주로 해외에서 수주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척당 단가가 최고 5,000억원에 달하는 등 고가 제품인 만큼 선주 측이 조선사 CEO가 직접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을 원하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 김징완 사장의 경우 2001년 취임 후 다녀온 나라만도 영국과 노르웨이ㆍ덴마크 등 유럽국가와 북미ㆍ일본ㆍ아프리카 등 40여개국에 달한다. 이처럼 해외 출장이 잦다 보니 체력을 다지고 시차를 극복하기 위한 CEO들의 노력도 다양하다. 김징완 사장은 기내에서의 시간 등을 대비해 출장 가방에 항상 4~5권의 책을 챙기기로 유명하다. 그는 최신 경영서적을 비롯해 인물중심의 역사소설과 병법서 등을 즐겨 읽는다. 마라톤 마니아로 알려진 남상태 사장은 시차 극복을 위해 아침 일찍 호텔 주변을 뛰며 선주들과의 미팅을 준비한다. 조선협회의 한 관계자는 “IMF 위기 이후 국내 조선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조선 CEO들이 해외에서 흘린 땀에 힘입은 바 크다”며 “이들 CEO가 선주를 찾아 해외를 돌며 고객층을 확대한 게 사상 최대의 수주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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