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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車와 중국… 그리고 한국
입력2003-12-17 00:00:00
수정
2003.12.17 00:00:00
국제부 기자
“중국이 하청 생산기지라고요? 브랜드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시장도 중국이 앞서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 기자가 우연히 만난 의류무역업을 하고 있는 기업인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내 섬유산업의 어려움을 푸념하며 내뱉은 말이다. 지난 90년대 말 우리 섬유업체의 생산시설 취재차 방문한 중국 남부 도시 선전에서 월 5만원을 받으며 일하는 수천명의 중국 여공들을 본 기억이 있는 기자로서는 격세지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16일 발표된 중국국영석유화학회사인 난싱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앞선 건은 현장 경험이 부족한 기자의 개인적 놀라움 정도로 돌려버릴 수 있다고 하지만 중국의 한국 자동차 인수는 많은 한국인들이 아직 한 수 아래 정도로 여겼던 중국경제의 실체를 다시 일깨워주는 충격적 사건으로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자동차산업은 중국이 아직 넘볼 수 없는 한국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일거에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다국적 자동차기업 유치에만 열을 올려왔던 중국이 외국 자동차 인수를 추진하기는 사상 처음이며 이는 세계시장 공략의 첫 신호탄을 한국에서 쏘아올린 것이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이와 관련, 비즈니스 섹션 머리기사로 난싱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를 다루면서 중국이 전자ㆍ조선에서부터 이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핵심 산업에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으며 한국인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이 같은 중국의 거대 물결에 대응하려는 체계적인 준비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의 연구개발(R&D) 지출은 2001년 600억달러로 독일(540억달러)을 따돌리고 미국(2,820억달러), 일본(1,040억달러)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이 같은 R&D 강국 부상은 다국적 자본의 외자 유치에 힘쓰면서도 주도면밀하게 국내기업의 첨단기술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어떤 조건에서든 외자 유치만 성공하면 된다는 우리와 사뭇 대조되는 대목이다.
일본 재무성 국제금융차관을 역임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학 교수는 최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특별 강연에서 현재 세계경제의 양대 변화로 기술혁신과 중국의 경제강국 재부상을 꼽았다. 세계경제의 중심이 서구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터에 중국과 코를 맞대고 있는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냉정히 되짚어볼 일이다.
<이병관 국제부 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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