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없다. 하루 쉬자.’ 화물연대 파업과 물류대란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산업계의 ‘버티기’ 전략이 한계치에 도달했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급기야 광주삼성전자가 전자업계 처음으로 이날 하루 휴무를 결정했다. 생산현장 셧다운은 시간이 흐르면 여타 사업체로 속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제품 야적이 더욱 어려워져 이번주부터 조업을 중단하는 업체가 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버티는 것도 한계=이날 광주삼성전자의 공장 내부는 썰렁했지만 야적장은 붐볐다. 공장 내부 도로에는 장마에 대비해 비닐로 덮은 냉장고ㆍ세탁기 등 컨테이너 300대 분량의 가전 완제품이 쌓여 있었다. 광주삼성전자가 하루 동안 생산을 중단한 것은 창립 이래 처음. 그동안은 잔업(주간 2시간, 야간 1시간30분) 중단으로 견뎠지만 야적능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더 이상은 물리적으로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왔기 때문이다. 광주삼성전자의 하루 수출 차질 규모는 2,000만달러이고 누적으로는 8,000만달러에 달한다. 역시 광주에 공장을 둔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이번주 중 일부 라인에서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우선 전자레인지 생산을 20% 감축하고 세탁기와 청소기 생산도 줄일 계획이다. 제품 창고에 다소 여유가 있는 LG전자도 일주일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감산 또는 생산중단은 재가동 때 엄청난 비용이 들어 함부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상황이 길어질 경우를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화단지는 전체가 멈춰설 듯=이날 한국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여수ㆍ대산ㆍ울산 등 석유화학단지의 출하율은 10% 이하.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 3개 유화단지 전체의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면서 “18~19일부터 생산중단을 결정하는 공장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대산단지의 한 대형 유화사 관계자는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지만 경찰의 도움을 받으면 비상출하가 가능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일을 하겠다는 비화물연대 차주가 한 명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유화제품의 물류가 끊기면서 화섬업계도 공장 불을 끄게 생겼다. 지난 11일부터 구미 등지의 대형 화섬사의 가동중단 소문이 업계에 돌았고 실제 몇몇 공장은 18일이면 원재료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자동차 수출 타격=자동차업계에서는 기아자동차가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기아차 소하리ㆍ화성ㆍ서산공장에서는 총 2,000여대가 평택항으로 갈 계획이었으나 직원들을 동원해 가까스로 1,000대만을 보내는 데 그쳤다. 광주공장에서는 목포항으로 보낼 1,000대 물량 전체를 반출하지 못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운송차질 비율은 50%에 달한다. 제품의 부피가 큰 타이어업종도 힘겨운 야적작업에 한계가 오고 있다. 타이어업계는 합성고무ㆍ카본블랙 등 핵심 원자재 입고도 차질을 빚고 있어 공장가동 중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편 시멘트업계는 단양ㆍ제천ㆍ영월 등 주요 공장의 물류가 철도와 해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시멘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투석ㆍ협박 등 운송방해가 거세지고 있어 당분간 차량을 이용한 운송은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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