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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정책 이대로 좋은가] <상> 흔들리는 IT정책

"공정위 과징금, 원죄는 정통부" <br>전화요금 담합 사실상 유도… 통신정책 신뢰 '흔들' <br>행정지도·중재 명분 경쟁사간 요금협의 일상화<br>적정성·위법성 놓고 업계와 법정논쟁 치열할 듯

정보통신부는 신규 사업 및 요금 인·허가권을 수단으로 통신업체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 을 행사한다. 진대제(오른쪽 첫번째) 정통부 장관과 이용경(세번째) KT 사장이 지난해 12월 열린 광대역통합망(BcN) 구축 시연회에서 기술수준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KT 등 유선통신업체에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계기로 정보통신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정통부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도 나온다. 공정위가 요금 담합을 이유로 KT 등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요금 담합을 이끌어 낸 연출자는 정통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신규사업 및 요금 인허가권 등을 무기로 통신서비스 업체들을 좌지우지한다. 정통부는 통신시장의 특수성을 그 이유로 제시하지만 시장원리와는 맞지 않기에 공정위로부터 일격을 당한 것이다. 통신정책의 문제 및 개선방향을 두 차례의 연재 기사를 통해 점검한다. 공정위의 이번 과징금 부과로 정통부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는 게 중론이다. 정통부가 통신시장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시행해 온 각종 정책이 일반적인 ‘공정경쟁’의 잣대를 들이대면 그대로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 드러났다. 통신업계는 “정통부의 행정지도ㆍ중재 등을 통해 이뤄져 온 사업자간 협의나 합의가 모두 담합으로 몰릴 수도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정통부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일상화된 통신업계의 담합=KT 등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의 시각을 조금만 연장해 보면 통신업계의 ‘담합’은 이미 일상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정통부가 통신요금 및 사업 인ㆍ허가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정통부의 ‘헤쳐 모여’ 한 마디는 자연스럽게 업체간 ‘합종연횡’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가장 민감한 이슈인 통신요금만 봐도 그렇다. 후발업체들을 보호하면서 유효경쟁을 촉진한다는 정통부 정책에 따라 KTㆍSK텔레콤 등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은 정통부 의도와 후발업체들의 경영현황 등을 충분히 따져본 뒤 정통부에 요금인가를 요청한다. KT와 SK텔레콤의 요금은 항상 후발업체들보다 어느 정도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후발업체들은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자신들의 요금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후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KT의 대규모 과징금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인ㆍ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통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경쟁사들과 수시로 협의하는 것을 처벌한다면 이제는 사업하기가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통부 역할ㆍ한계 법원이 가릴 듯= KT는 공정위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담합이 정부 행정지도에 따른 결과였음을 공정위가 간과했으며, 과징금 산정 기준도 잘못됐다는 게 KT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소송이 진행되면 정통부의 행정지도가 합당했는지, 담합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놓고 법적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26일 브리핑을 통해 “정통부의 행정지도는 담합 7개월 전 1차례 있었지만 구체적이고 직접적이지 않았다”며 “업체들의 담합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일견 정통부를 감싸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이런 설명이 통신서비스산업 현황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비롯됐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가 수시로 업체 담당임원과 실무자들을 불러 정부의 정책방향과 의지를 ‘설명’하고 있는 마당에 공식적인 행정지도 한 차례로 상황이 종료됐다고 믿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통신업계의 출혈경쟁을 막고 유효경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요구했을 뿐 가격담합 등 명백한 위법행위마저 용인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신업체들이 행정지도를 확대 해석해 공정거래법이 정한 선을 넘어갔다는 뉘앙스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행정지도의 성격과 범위 ▦적정성 및 위법성 여부 ▦행정지도에 대한 업계의 해석과 대응 등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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