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보험사들의 채권 순투자 규모는 지난해 동기보다 약 50% 늘었고, 4년 전보다는 무려 300% 가까이 증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보험권의 운용자산이 늘어난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보험사들이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채권 발행이 급증했음에도 보험권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채권시장의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보험권의 순투자 규모는 약 17조6천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1조8천억원)보다 49.3% 늘어난 규모다.
4년 전인 지난 2009년 동기(4조6천억원)보다는 무려 281.6%가량 급증했다.
순투자란 매수에서 매도를 뺀 값인 순매수에서, 다시 만기상환 액수를 제한 값이다. 순매수 금액 중 만기도래 채권을 상환하기 위한 금액은 제외하고 전월 대비 새롭게 늘어난 채권투자 증가분을 뜻한다.
올해 보험권의 월평균 순투자 액수는 4조4천억원으로, 작년 동기 월평균 순투자 규모인 2조9천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보험권 순투자 규모를 월별로 살펴보면 1월에 4조3천억원, 2월 3조6천억원, 3월 3조 6조4천억원, 4월 3조3천억원이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보험권의 채권투자 확대가 보험사들의 운용자금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보험권의 투자성향이 장기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들이 운용하는 자금이 증가할수록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는 규모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계의 운용자산 규모는 생명보험업계 429조원, 손해보험업계 119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27.3%, 25.0% 늘어난 규모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운용하는 자금은 크게 불어났지만, 부동산시장 침체와 대출사업 부진 등으로 보험사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까닭에 과거보다 더 많은 자금이 채권시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작년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의 채권 보유액은 각각 242조원, 51조원으로 전년보다 30% 이상씩 늘어났다.
일부 보험사들은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지만, 환율 리스크로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를 통한 채권시장으로의 자금유입 증가를 저성장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베이비붐 세대가 적극적 투자에 나서기보다 보험사에 돈을 맡기고,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시장에 운용자산을 투자하는 패턴”이라며 “저성장 선진국으로으로 넘어갈 때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보험권 중심의 채권수요 급증은, 최근 채권 공급 증가에도 채권시장이 강세를 띨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이다.
코스콤과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해 채권 잔액 월 평균 증가는 15조4천억원으로, 이전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2009년(13조9천억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채권 순증이 급증했음에도 2분기 초반까지 시장금리 강세가 유지된 것은 그만큼 채권 수요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베이비붐 은퇴세대의 증가로 보험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러한 성장 흐름은
경기불안 심리로 인해 안정적인 채권에 대한 수요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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