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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 '분단의 문' 판문점 하루 취재
입력1999-06-01 00:00:00
수정
1999.06.01 00:00:00
박연우 기자
서울 서북방 48㎞, 개성과는 9.5㎞거리의 판문점. 한걸음이면 족히 넘을 야트막한 높이의 시멘트 선으로 그어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은 50여년에 걸쳐 숨가쁜 경쟁과 갈등의 역사를 만들어왔다.휴전 이후 UN과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독위원회 관리하에 있는 판문점은 체제선전의 장이었고, 때로는 심한 욕설이 오가기도 했던 군사정전위 본회의가 열렸던 곳으로 92년 459차 회의가 무산된 후 텅 비어있는 상태다.
72년 남북적십자회담을 시작으로 대화의 장이 되어왔고, 수십번 평양과 서울을 넘나들던 밀사들의 통로가 되기도 했고, 89년 평양축전에 참가했던 임수경에겐 넘어야할 분단의 벽이자 사선(死線)이 되었던 판문점. 98년 현대그룹 정주영회장의 소떼방북을 계기로 판문점이 남북의 교류와 화해의 시발점으로 그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이 판문점에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복잡한 신원조회와 제한된 방문 인원으로 빠르면 2~3개월, 보통은 1년 가까이 기다려야 방문할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MBC 스페셜」은 4일 오후11시15분 판문점의 하루를 취재, 그곳은 어떤 곳이고 지금 어떤 변화가 펼쳐지고 있는지를 살펴본 「판문점은 말한다」를 방송한다.
딱딱한 인민군의 얼굴에서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스치는가 하면, 76년 8월 미루나무사건 현장에 있던 JSA(판문점경비대대) 경비병의 생생한 증언과 대성동 마을의 평화로운 일상등이 영상으로 보여진다.
주요 내용으로는 우선 북한 인민군과 얼굴을 마주하고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충돌을 대비하는 JSA의 캠프생활이 공개된다. 새벽2시, 갑자기 요란한 사일렌 소리가 울리고 JSA 장병들은 일제히 일어나 완전무장을 갖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군화도 벗지 않고 취침하는 이들이 내무반에서 판문점 외곽 벙커까지 1분안에 도착해야 한다. 수시로 실시되는 야간비상소집 훈련광경은 실전을 방불케한다.
남북을 잇는 수많은 전화선은 모두 불통된 상태다. 지금은 적십자 라인 단 하나만 남았다. 남과 북의 연락관은 오랫동안 이 전화를 통해 만나고,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취재팀은 마침 북한비료지원팀의 접촉을 위한 전화가 이뤄지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가로 12M, 세로 10M의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는 대성동마을도 여느 사람사는 동네와 다르지 않다. 모내기를 하고 있는 농부의 손길은 분주하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천진난만하다. 대성동 태극기는 바람에 종일 펄럭여 쉽게 낡아 3개월에 한번씩 교체하는데, 천 값만 100만원이 넘는 국내 최대의 태극기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기는 마을 건너편 높이 160M의 깃봉에 매달려 있는 북쪽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다.
연출을 맡은 박정근 프로듀서는 『10년전 임수경이 판문점을 넘을땐 일반인이 넘을 수 없는 금기의 땅이었지만, 지금은 미군 유해 반환과 중립국감독위원회 주최의 음악회등이 조용히 열리면서 판문점이 더 이상 닫힌 곳이 아님을 이곳의 일상을 통해 가감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박연우 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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