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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불공정거래 '여전'

하도급분쟁 비밀각서 써라… 납품가 무조건 낮춰라…


대기업 주도 하에 상생 협력서를 체결한 중소기업이 1만개를 넘어섰지만 현장에서의 대기업 불공정 거래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하도급 분쟁 관련 비밀계약서 체결을 강요하거나 아예 팀별로 원가절감 목표액을 할당해 조직적으로 납품단가 인하를 유도하는 등 불공정 거래의 내용과 방법이 더욱 다양하고 심각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올 상반기중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사례 10건을 발굴해 발표했다. 이중에는 의류제조 대기업인 T사가 중소제조업체인 M사에 의류제조를 위탁하면서 상식 수준을 넘는 비밀유지 각서 작성을 강제한 사례가 있었다. T사의 강요로 체결된 비밀유지 각서는 ▦하도급분쟁과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제3자에게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모든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감수하고 ▦이미 지급받은 물품대금을 반환하고 ▦기타 이로 인해 T사가 입게 될 직ㆍ간접적인 손해액을 모두 배상하도록 돼 있다. T사는 또 납품받은 의류 중 일부의 다림질을 계속 요청해 M사가 3차례나 다림질을 실시했지만 결국 T사는 중간에 발주 취소를 통보했으며 결제도 계약과는 달리 현금이 아닌 125일 어음으로 처리했다. 자동차 회사인 J사는 협력업체 34개사와 거래하면서 납품단가를 인하할 합리적 사유가 없는데도 회사 차원의 원가절감 목표 달성을 이유로 각 팀별로 일방적인 단가 인하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팀들은 영업이익률이 3% 이하인 저수익 협력업체는 단가인하율 1%, 3~5%인 정상수익 협력업체는 2.52%, 5% 이상의 고수익 협력업체는 5%의 단가인하율을 적용해 납품단가를 내렸다. 국내 대형 홈쇼핑업체인 A사는 중소기업 C사의 화장품을 위탁판매하면서 이 제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 등이 검출됐다는 방송사의 보도를 근거로 1년 이내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반품처리한 뒤 미지급 대금 2억9,400만원을 상계처리했다. 이후 식약청이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없다’고 발표하고 해당 방송사가 오보임을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A사는 일방적으로 물품대금 지급을 거부했다. C사는 방송보도 이후 공장가동 중단으로 근로자 100명 가량을 일시 해고하는 등 경영이 악화됐으며 현재 A사와 해당 방송사를 상대로 민ㆍ형사상 소송을 진행중이다. 이 밖에도 ▦PVC원료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PVC 레진(천연수지) 가격을 결정하면서 유가가 오를 때는 신속히 올리고 유가가 떨어질 때는 인하폭을 줄이거나 인하 시기를 늦추는 사례 ▦국내 대형 SI업체인 K사시 정부 통합 DB구축사업에 중소기업 L사와 협력을 약속한 뒤 주사업자로 선정되자 당초 계약과 달리 L사 대신 타 경쟁사의 제품을 사용한 사례 등도 있었다. 이종목 중소기업중앙회 기업협력팀장은 “공정 거래관행이 확립되지 않고는 진정한 상생협력은 있을 수 없다”며 “납품단가 연동제, 공정위의 직권조사 및 처벌 강화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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