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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돈독한 관계가 다시 한번 공개됐다. 29일 이 부회장은 보하오포럼 이사진과 함께 시 주석을 만났다. 올 들어 공식적으로 세 번째 면담이다. 이 같은 중국 최고지도자와의 잦은 스킨십으로 쌓은 친분은 삼성의 대중국 사업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시 주석이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했을 때 이 부회장은 신라호텔에 마련된 삼성전시관에서 시 주석을 영접하고 주요 신제품과 삼성의 중국 사업 현황 등을 설명했다. 시 주석은 당시 "삼성이 중국에서 다양한 사회공헌을 하는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는 소강사회(小康社會)와 조화로운 사회 건설에 크게 기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은 8월 중국 난징에서 열린 유스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도 만났다. 이 부회장은 당시 개막식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 부회장과 시 주석은 4월 열린 보하오포럼에서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포함하면 올 들어 두 사람은 네 차례나 만난 셈이다. 중국 최고지도자와 이처럼 자주 만난 외국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가 실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위기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이자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한 중국 사업을 강화하는 데 시 주석과의 친분이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2·4분기에 중국 토종업체인 샤오미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내준 삼성은 실지(失地)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중국 내 판매망을 재정비하고 기존 프리미엄 제품과 함께 중저가 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 점유율 회복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은 올 초 시안에 70억달러를 들여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준공하는 등 중국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이 여러 후보지 가운데 시안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은 것은 중국 중앙정부의 지역균형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급격하게 성장하는 중국 내수 시장, 특히 중서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시안이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인 산시성에 위치한 점도 고려됐다. 삼성SDI도 8월 시안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기공식을 열었다. 이 밖에 삼성SDS가 쓰촨성 청두에서 지하철자동검표 시스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제일모직 패션 부문도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쑤저우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베트남과 더불어 삼성의 양대 해외생산기지다.
이 부회장이 이날 시 주석과의 회동에서 "삼성은 중국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중국에서의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중국에서 사랑받고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밝힌 데도 같은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을 사업으로 연결하는 한편 각국 정상과의 회동을 통해 삼성을 대표하는 '얼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며 "오는 2022년까지 중국을 통치할 시 주석과의 친분은 이 부회장이 중국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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