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수차익잔액이 사상 최대인 7조원에 육박해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매수차익잔액 청산과정에서 ‘왝더독’ 현상이 발생해 장중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매수차익잔액 증가가 투자심리 개선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상승장에서 대량으로 청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매수차익잔액 7조원대 육박=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매수차익잔액(4월30일 기준)이 6조8,8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물(주식)을 사고 선물을 매도하는 포지션인 매수차익잔액은 증시 상승과 함께 4월 초 5조3,000억원에서 한달 사이 28%가량 급증했다. 이처럼 매수차익잔액이 급증한 것은 지수선물시장의 베이시스가 최근 1.7포인트대까지 급격히 개선되면서 주식을 사고 선물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4월16일 이후 베이시스 1.5포인트 이상에서 약 8,000억원의 자금이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청산 압력 고조로 왝더독 가능성=전문가들은 베이시스가 1.3~1.0포인트로 하락할 경우 차익실현을 위한 청산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럴 경우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흔드는 이른바 왝더독 현상이 나타나면서 결과적으로 장중에 지수 변동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830포인트까지 넘어서면서 지수선물시장에서 기계적인 차익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는 곧 코스피지수의 장중 변동성을 높이는 왝더독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외국인이 최근 현물과 선물 사이의 매매형태가 엇갈린 행보를 보여 7조원대에 달하는 기록적인 매수차익잔액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당장 5월 옵션 만기일(8일)이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급 양호해 대량 청산은 안 될 것=주식시장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지수가 급락세를 보이지 않는 한 매수차익잔액 청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 베이시스가 넉넉하고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차익거래가 증가하는 점으로 볼 때 수급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는 것. 외국인의 장중 선물매매가 당분간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겠지만 증시에서 순환매 기조와 금리인하 소식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 완화, 우호적인 환율 환경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포지션 변경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베이시스 상승은 그만큼 코스피지수의 상승탄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5월 옵션만기일에 일부 청산되겠지만 베이시스 하락은 지수조정이 이뤄진 후 나오지 지금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왝더독(wag the dog)=‘개가 꼬리를 흔드는 게 아니라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뜻으로 본말이 바뀐 것을 의미한다. 증시에서는 현물시장을 보충하기 위해 생겨난 선물시장이 오히려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칠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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