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4분기 실적시즌이 지난 주 마감됐다. 이번 실적시즌은 다소 밋밋하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국내외 주식시장에 엄습한 불확실성이 워낙 강했던 탓에 이번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특히 국내증권사가 예상한 실적전망치와 실제실적 간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증권사 추정실적을 믿고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로서는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발표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3ㆍ4분기 전망과 실제 실적 차이커= 지난 3ㆍ4분기 국내증권사가 제시한 주요 기업의 실적전망치는 실제실적과 큰 차이를 보였다. 16일 서울경제가 의뢰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코스피200 83개사(국내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예상치를 내놓은 기업)를 대상으로 실적추정치와 실제실적 간 괴리율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56.6%) 47개 기업이 추정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조사 대상인 10개 업종 중 소재와 에너지업종을 제외한 8개 업종이 추정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금융업종의 경우 마이너스 31.78%를 기록, 시장예상치와 가장 큰 격차를 보였으며 필수소비재(-12.83%), 의료(-10.72%), IT(-9.85%) 등 순으로 차이가 컸다. 환율 및 원자재 가격 등 기업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외변수가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며 급등락을 반복한 결과, 실적전망치의 정확성이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수개월은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했던 시기로 이 때문에 실적전망치가 실제와 큰 차이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4ㆍ4분기도 ‘실적함정’ 조심해야= 이 같은 실적전망치와 실제실적 간 차이가 올해 마지막 실적시즌인 4ㆍ4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증시에 자욱하게 낀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권사 실적치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증권사들의 경우 실물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4ㆍ4분기 실적시즌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 실적 과대추정 우려도 제기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증권사들은 주요 10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3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업종(97.89%), 소재(82.04%), 경기소비재(36.84%), 통신서비스(31.87%) 등 순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이익추정은 대개 업종 내 과거 추세를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지금처럼 경기가 급격하게 하강할 때는 실제와 추정치 간에 큰 차이가 나타난다”며 “증권사 실적전망이 과대추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시장에선 내년도 기업이익이 21% 가량 늘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매크로 지표를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익 상승세가 오히려 꺾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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