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에서 2,000여가구의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7년 이상 사업에 공을 들여온 A사는 분양준비를 마쳐놓고도 최근 연내 분양계획을 포기했다.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3.3㎡당 1,200만원은 받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데 집값하락으로 인근 새 아파트의 시세가 3.3㎡당 1,000만선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이 집값 하락의 영향으로 연내 예정돼 있던 신규 아파트 분양을 잇달아 포기하고 무기 연기하고 있다. 차갑게 얼어붙은 주택시장이 중견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 공급까지 틀어막는 모양새다. 여기에 택지지구 아파트용지 해약사태도 봇물을 이뤄 민간주택 공급중단이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 하반기 전국에서 총 7,999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공급물량을 4,127가구로 대폭 축소했다. 경남 창원시에서 진행하던 1,000가구 규모의 도시개발사업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연기됐고 경기 김포시에서 시공권 인수를 검토했던 한 사업장 역시 가격조율에 난항을 겪으면서 연내 분양이 물 건너간 상태다. 분양성공의 보증수표로 불리던 재개발ㆍ재건축 사업도 하반기 분양 포기 대상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몇년간 재정비사업 수주에 올인해온 삼성물산은 하반기 공급계획을 아직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요지로 평가되는 서울 전농ㆍ답십리 뉴타운조차 조합이나 삼성 측 모두 분양 성공을 자신할 수 없어서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조합조차 일단은 분양을 미루고 시장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서울 마포구 아현3구역 등의 분양계획이 내년으로 밀리며 최초 7,266가구였던 예정물량을 5,338가구로 줄였고 금호건설 역시 3,786가구의 분양물량을 1,116가구로 낮춰 잡았다. 포스코건설도 전체 2,000가구가량의 공급계획을 연말 이후로 미뤘다. 심지어 한화건설은 당초 올해 1만가구 공급을 계획했지만 기존에 분양한 2,000가구 외에 나머지 물량은 가능한 한 내년 이후로 분양을 늦출 계획이다. 한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은 "김포나 인천 영종도에서는 300억~400억원의 계약금과 대출 이자비용 등을 아예 포기하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며 "대형사조차 당장 코앞에 닥친 준공 후 미분양, 미입주 등의 문제에 밀려 신규분양은 엄두도 못 내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장은 "막대한 금융비용을 지불하며 분양일정을 미루는 것은 건설사 경영에도 커다란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보금자리주택 공급일정을 늦춰 민간주택 분양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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