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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14' 둘째 날인 22일 창조 세션에서는 현재 기술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로 꼽히는 친환경자동차와 인간형 로봇에 대한 현재와 미래를 그려보는 장이 펼쳐졌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이기상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센터장은 먼저 커다란 얼음 위에 앉아 있는 북극곰 사진 한 장을 화면에 띄웠다. 이 센터장은 "저 얼음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는 것이 북극곰이 아니라 우리 인류일 수 있다"며 "자동차 부문에서 어떻게 이 같은 인류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느냐. 그 답은 기존 자동차의 고연비화, 전기에너지 자동차, 무공해차 등 세 가지"라고 제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 각국들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연비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오는 2020년 현 수준보다 연비기준을 23% 높이기로 했고 중국은 자국의 최소 연비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자동차 생산과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북극곰이 된 자동차 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친환경차 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센터장은 "현재 친환경차는 내연기관과 소형 전기모터를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 순수하게 전기모터만 사용하는 전기차, 하이브리드보다 전기배터리 사이즈를 키운 형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해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연료전지차 등 네 가지로 볼 수 있다"며 "각국마다 갖고 있는 인프라나 자원·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네 가지 친환경차가 상당 기간 공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생산 세계 5위인 한국 업계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전쟁에 나서고 있을까. 그는 "연구인력이 적고 경험이 짧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네 종류의 친환경차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전기모터와 모터제어기·배터리의 기술·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런 기반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 번째 강연자인 오준호 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장은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소개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사람이 걷어차도 쓰러지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다리 4개 달린 일명 '빅독(Big dog)'이라는 군사로봇을 비롯해 바퀴벌레의 운동원리를 적용한 구조로봇, 영화 '아이언맨' 같은 웨어러블 로봇에서부터 뇌를 로봇과 연결해 생각하는 대로 로봇을 움직이는 휴먼컴퓨터 인터페이스 로봇까지 다양한 형태의 로봇들이 세상에 탄생했다.
이렇게 많은 로봇이 개발됐음에도 왜 로봇을 사는 사람을 보기는 어려울까. 오 센터장은 "로봇 기술의 관건은 활동성과 자율성 두 가지인데 이것 모두 대중이 원하는 궁극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다만 군사나 의료 등 조금 투박하고 불편하더라도 로봇 기술이 절박하게 필요한 곳에서부터 상용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다가올 로봇의 미래는 '인간과의 상호작용' 기술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집에 있는 스마트TV는 내가 손을 흔들면 채널을 바꾸고 스마트폰 카메라는 웃음을 지으면 사진을 찍는다"며 "음성인식이나 동작인식 등 로봇을 인간의 삶과 더욱 가깝게 만드는 기술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생활 속에 침투해 있고 앞으로 로봇이 있는지 없는지 인지하지도 못하면서 로봇에 둘러싸여 사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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