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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한국증시 곤두박질' 의외로 담담
입력2000-09-24 00:00:00
수정
2000.09.24 00:00:00
월가 '한국증시 곤두박질' 의외로 담담22일 뉴욕사무소 개소식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정재룡(鄭在龍)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모건스탠리 딘위터 등 뉴욕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의외로
한국 사태에 대해 담담하게 대하는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이후 한국 증시가 곤두박질하고 있는 상황을 세밀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어찌보면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데 대해 질렸다고 鄭사장은 토로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월가의 시각이 점점 냉담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여전하다고 하더라도 금융, 기업구조조정이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포드자동차의 대우차 인수 포기가 미흡한 구조조정 성과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월가에서는 대우차의 부실, 특히 동구권을 비롯한 해외부실이 예상외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여서 포드가 인수를 포기했다고 보고 있다.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 등의 내부적 문제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GM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아시아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대우차를 인수하려 했던 포드가 이를 포기할 정도라면 한국 기업의 투명성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한국의 기업, 금융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던 월가 투자자들에게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는 이같은 인식을 더욱 강화시켜준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이 예상대로(?) 한국이 구조조정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결과일 뿐이며 갑작스럽게 한국의 여건이 바뀐 것도 아니라는게 월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최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를 기록한다고 해서 이를 곧 「셀 코리아(SELL KOREA)」 내지는 한국 증시를 떠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월가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에 대해 단순히 규모만 놓고 볼 게 아니라 그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시장에 밝은 월가의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최근 순매도 규모가 크지만 몇몇 투자자가 급하게 매도한데 따른
것일뿐 외국인 투자분위기는 별 변화가 없다는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특히 올들어 외국인들이 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SK텔레콤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외국인의 시각에서 볼 때 이들 종목은 한국 경제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기 보다는 해당 업종의 세계적인 사이클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D램반도체 수급동향 등에 따라 매매가 이뤄질 뿐 삼성전자를 매도한다고 해서 한국 증시를 떠나는 것이라고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다만 한국의 구조조정 성과 등을 기대하는 경우라면 금융주에 투자할 것이고, 실제 1~2년전에는 금융주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체질개선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급 차질, 유가 상승 등의 외부변수가 겹치는 바람에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예상보다 급격한 속도로 떨어질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무디스의 관계자는 외부여건이 나빠지고 증시가 폭락함에 따라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능력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다시 말해 정부의 능력이상으로 곪은 부분이 커지는 것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관찰중이라고 말했다.
크레디스위스 퍼스트보스턴(CSFB)의 한국담당 관계자는 한국의 대외신뢰도가 훨씬 낮다는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노력 및 결과에 대해 한국 정부나 금융기관이 아무리 사실대로 밝히더라도 마치 「양치는 소년」의 얘기처럼 뉴욕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억울한 일이겠지만 어차피 시장을 상대로 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설득력을 지닌 조치를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이 관계자는 충고했다.
현재까진 한국이 위기상황에 처했다고 보는 견해가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한국의 신뢰도가 극도로 낮아져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경제개혁이 지지부진해질 경우 위기상황으로 몰려갈 수도 있는 불안한 상태라는게 한국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09/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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