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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장자의 난] 신동빈 유리한 고지 선점 신동주 반격 땐 판세 뒤바뀔 수도

<중>경영권 흔들 변수는

신동빈 우호세력 지분 신격호 회장 의중 따라 돌아설 가능성 배제 못해<br>캐스팅보트 쥔 신영자도 막강한 존재감 과시

지난 1988년 울산 둔기리에서 찍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일가의 단란한 모습.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고(왼쪽부터), 신 총괄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아들 신정훈,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큰며느리 조은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회장의 장녀 신규미, 둘째 며느리 시게미쓰 마나미, 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유열, 신동빈 회장의 차녀 신승은. /연합뉴스


"가족 문제로 관계자들에게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형이 가족과 기업 경영을 혼동하는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은 형인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쿠데타'에 실패한 직후 일본 롯데 관계자들에게 이같이 사과했다. 전날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고령의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대동해 신동빈 회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해임하는 일을 벌인 데 대한 사과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쿠데타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강제퇴진으로 일단락됐지만 신동빈 회장의 바람대로 가족 문제가 완전히 봉합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 관측했던 대로 신동주 전 부회장과 친족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신동빈 회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연합전선의 중심에 선 인물은 배다른 누이인 신영자(74)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다. 신영자 이사장은 현재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등 롯데그룹의 공익재단 3곳을 이끌고 있다.

롯데그룹의 사회적책임(CSR) 사업을 지휘하기 전에는 롯데의 오너 경영인 중 한 명이었다. 지난 1979년 롯데백화점 출범 당시부터 경영에 관여했으며 롯데호텔 이사, 롯데쇼핑 사장 등을 거치며 2009년까지 실질적으로 사업을 지휘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롯데 재단의 봉사활동에만 참여하며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5년도 넘게 경영에서 손을 뗀 신영자 이사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쿠데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갖고 있는 롯데 지분 때문이다. 신영자 이사장은 주요 계열사인 롯데제과(2.52%), 롯데칠성음료(2.66%)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의 롯데쇼핑·롯데닷컴·롯데칠성음료·롯데정보통신 지분율도 각각 0.74%, 1.3%, 2.66%, 3.51%다. 그는 이 밖에도 롯데 오너 일가로서는 유일하게 대홍기획의 지분 6.24%를 갖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 재단도 롯데제과(8.69%), 롯데칠성음료(6.28%), 롯데역사(5.33%), 롯데푸드(4.1%)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많은 지분은 아니지만 대부분 계열사에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 차이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영자 이사장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일례로 롯데제과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6.83%)이나 신동빈 회장(5.34%)보다 적은 지분이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3.95%)과 합치면 힘이 세진다.

무엇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을 각별히 아낀다는 점은 그의 존재감에 힘을 더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번 일본행에 신영자 이사장 등 친족들과 동행한 데 이어 귀국할 때는 신영자 이사장의 장녀인 장혜선씨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주요 롯데 계열사 지분을 누구에게 넘길지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아버지, 누나가 사실상 반대편에 선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이 함부로 반격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28일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전날 '쿠데타'로 내려진 결정(이사진 해임)을 취소하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퇴진시키기는 했지만 이 이상 가족갈등이 표출될 경우 그룹 안팎의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와 관련해 일본 롯데 관계자들에게 "형이 가족과 기업 경영을 혼동하는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으며 한국 롯데를 통해서는 "이번 어려움을 극복해 공고한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구축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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