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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본경제는 구체제의 표본"
입력1999-02-13 00:00:00
수정
1999.02.13 00:00:00
- 사이토 세이치로 지음 '일본경제 왜 무너졌나'적당히 따뜻한 물이 담긴 플라스크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는 얌전히 앉아 있다. 여기에 천천히 열을 가하면 개구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기분 좋은 상태를 만끽한다. 그러다가 물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알아챈 개구리는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삶아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의 「삶아진 게구리론」이다. 어찌보면 경제위기를 감지하는 한국과 일본의 태도가 어리석은 개구리와 너무 비슷하다. 근거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혀 「어떻게 되겠지 증후군」에 푹 빠져 있는 모양이 두 나라 모두 똑 같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사이토 세이치로(齋藤精一郞·59) 일본 릿쿄대(立敎大) 교수가 쓴 「일본경제 왜 무너졌나」는 일본경제의 몰락을 분석하고 있지만 수십년간 일본 모델를 추종해 성장해온 한국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과거 냉전체제를 축으로 하여 고도성장을 지속해왔던 일본체제는 세계질서의 패러다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상황에서 이미 앙시앵 레짐(구체제)으 상징이 되어 버렸다는게 저자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아시아적 가치는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를 맞아 무방비상태로 폭격을 맞고 있고, 일본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형 금융기관과 건설업체들이 잇달아 파산했다는 것.
97년 11월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시점에 일본에서도 산요(三洋)증권, 홋카이도타쿠쇼쿠(北海道拓殖) 은행, 야마이치(山一)증권등 대형금융기관이 속속 파산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부동산 신화의 붕괴는 일본의 경제 시스템에서 구조화되어 있는 「자동성장장치」 즉 「평가익 경제매카니즘」을 파괴하고 말았다.
저자에 따르면 경기호황도 불황도 아닌 상태, 이른바 반숙경제(半熟經濟)에서 일본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은 97년 4월 시행된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사재기 붐 이후 다시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원인은 보다 뿌리 깊은 곳에 있었다. 일본경제가 벽에 부딪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85년 플라자 합의를 전환점으로 미·일 경제력의 역전으로 인해 일본의 「캐치업」(CATCH UP) 성장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할 수 없었던데서 찾아야 한다.
항상 세계최고를 따라잡겠다는 열망으로 성장을 거듭해오다 막상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되니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거품만 잔뜩 일으켰다는 진단이다.
특히 냉전의 종식으로 구미 선진국들이 군사력 경쟁에서 경제지상주의로 옮겨간 사이에 일본, 어떻게 보면 한국은 안정적인 무한성장이라는 허상에만 집착한 것도 큰 패착이었다.
사이토 교수는 이같은 상황변화를 예리하게 분석하면서 일본(한국)경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첫째 따라잡기식 성장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자기실현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일부 정력적인 정치가나 사변적인 학자가 일방적으로 국민 다수의 가치를 설정할 수 없는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가치가 매우 다양화되어 그것의 질서를 잡거나 제어하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둘째로 계획합리성에서 시장합리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입을 위주로 하는 계획의 유효성이 아니라 시장의 효율성을 따지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셋째로 미래사회로 접근하는 총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로서의 금융시스템, 추진력으로서의 기업 및 국가 시스템의 21세기형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기업시스템의 경우 주식의 상호출자를 해소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주주자본주의가 아닌 인간자본주의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21세기의 메가트랜드는 GDH(글로벌라이제이션, 디지털리제이션, 휴머니제이션)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조류에 대한 유연한 적응력을 가져야 하고, 디지털리제이션을 선취하고, 휴머니제이션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서 창조력을 쌓아야 한다. 신항종합연구소 옮김. 들녘 펴냄. 1만원【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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