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값이 연초부터 다시 강세흐름을 보이면서 원ㆍ엔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로존의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회귀 심리가 높아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 역시 안전자산에 대한 기대 심리로 오르는 것이다.
반면 원화는 달러화 강세 속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어 원ㆍ엔화의 간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500엔 위로 훌쩍=원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기본적으로 재정 환율이다. 달러화에 연동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연초 유로존의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원ㆍ엔 환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북한 영변 원자로 폭발설까지 불거지면서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에 따라 원ㆍ엔 환율의 변화 곡선도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22일 1,561원까지 치솟았던 원ㆍ엔 환율은 이후 안정세를 찾았다. 선진 시장의 자금이 신흥 시장으로 대거 몰려들면서 원화 역시 안정 국면으로 들어섰고 이에 따라 원ㆍ엔 환율 역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에는 1,400원대의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12월5일에는 100엔당 1,446원17전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새해 들어 분위기가 돌변했다. 엔화가 강세 국면을 이어가면서 지난 4일 1,497원에서 9일에는 1,512원까지 뛰었다. 벌써 닷세 이상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장기 곡선으로도 원ㆍ엔 환율의 움직임은 너무 좋지 않다. 2010년 말에는 1,400원을 주면 100엔을 손에 쥘 수 있었지만 이제는 1,512원 이상을 줘야 100엔을 살 수 있다.
◇가뜩이나 장사 안 되는데…엔화 대출 중소 기업들 다시 비상=엔화가 올라가면 거시적으로는 경제에 득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당장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에 도움이 된다. 특히 엔화 강세로 일본 관광객이 급증해 서비스수지 개선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예측대로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올해는 수출증가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또 물가에도 부정적이다.
특히 일본의 부품소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기업으로서는 수입물가가 상승해 기업의 수익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물론 생산자물가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의 엔고가 글로벌 금융불안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제상황이 호전돼 엔고 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유로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엔화의 수요가 많아져 가치가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엔고가 원화 약세를 초래해 일본기업과 경쟁관계인 국내 기업의 수출가격경쟁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세계경제의 위축과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수출이 무작정 늘 것이라는 기대는 적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엔고가 세계 경제성장률 위축과 함께 나타나면서 과거만큼 엔고에 따른 국내기업의 수출증가가 함께 동반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확대 효과가 과거보다는 떨어지는 대신 국내 외환시장 불안이라든가 경기부진 같은 부정적 파급효과 또한 함께 나타날 수 있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세계경제 침체가 '위험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의 투매, 그리고 외국자금의 국내 이탈로 이어질 경우 외환시장만 불안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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