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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M&A(기업인수합병)
입력2003-05-06 00:00:00
수정
2003.05.06 00:00:00
임석훈 기자
모나코 소재 투자회사인 소버린이 SK(주)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집한 사건이 벌어진 후 인수합병(M&AㆍMergers & Acquisition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버린은 3월말부터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을 통해 SK 주식을 사모아 SK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3위 재벌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 98년부터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가 전면 허용됐기 때문이다. M&A는 법률이 정한 금융기법이지만 소유개념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M&A는 잘 쓰면 약이 되고, 잘 못쓰면 주식시장의 물을 흐려놓는 듯 독이 되는 양면성이 지니고 있다.
◇M&A는 주요 경영전략 가운데 하나=M&A는 어떤 기업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소유권을 획득하는 경영전략이다. 기업합병(M)은 매수한 기업을 해체하여 자사(自社) 조직의 일부분으로 흡수하는 형태를 뜻하며, 인수(A)는 사들인 기업을 해체하지 않고 자회사ㆍ관련회사로 두고 관리하는 형태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기술혁신에 대한 대응 방안이나 기업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활발하게 전개돼 이미 80년대 전반에 붐을 일으켰고 일본에서도 지난 87년 97건의 M&A 성사 이후 기업 경영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80년대 미국 기업들의 활발한 M&A와 구조조정은 90년대 미국 경제의 성장을 가져온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호적ㆍ적대적 M&A로 구분=M&A는 크게 적대적 M&A와 우호적 M&A로 구분할 수 있다. 우호적 M&A는 인수 회사의 독단이 아닌 피인수 회사와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며 주로 기업 성장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적대적 M&A는 피인수 회사의 의사와 관계없이 인수 회사가 독단적으로 취하는 경우로 공개매수 방식이나 주식매집을 통해 이뤄진다. 제3자가 기존 대주주나 경영진의 의사에 상관없이 그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는 것이다.
우호적인 M&A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별 무리없이 진행되는 만큼 세인의 관심이 덜하다. 그러나 적대적 M&A의 경우 `남의 경영권을 빼앗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 주목받는 경우가 많고 그 파장도 큰 편이다.
◇적대적 M&A, 순기능ㆍ역기능 공존=적대적 M&A가 성행하면 경영자들이 근시안적인 경영에 매달릴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즉 경영자들이 장기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기보다는 당장 경영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단기 실적을 높이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만 집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대적 M&A에는 적지 않은 순기능이 있다.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측이 잠재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않는 기업을 인수한 뒤 불필요한 인력ㆍ사업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잠재 능력을 100% 발휘하게 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는 주가상승으로 이어져 주주들에게도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또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경영자 스스로 기업 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좀더 주주권익 보호 정책을 펴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적대적 M&A는 다양한 수법활용=적대적 M&A의 공격 수법에는 목표 기업의 주식을 시장에서 직접 사들이는 방법과 함께 공개매수, 위임장 대결 등의 방법이 있다. 이 가운데 `공개매수`란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측이 주식 매집을 공개 선언한 뒤 일정한 값에 장외(場外)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최대 주주(사장)와 사이가 나빠진 2대 주주가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빼앗겠다고 선언하는 사례 등이다. 이처럼 처음에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했더라도 여의치 않을 경우 매집한 주식을 되파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인수 타깃으로 점찍은 기업 주식을 사모은 뒤 경영권을 빼앗지 않는 대가로 기업측에 주식을 비싸게 되파는 것을 `그린메일(green mail)`이라고 한다. 또`위임장 대결`이란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측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주주의 지분을 확보한 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여 경영진을 바꾸는 방법이다.
◇적대적 M&A 방어 전략= 적대적 M&A 시도에 기업들이 앉아서 당하지는 않는다. 경영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동원한다. 대표적인 방어 전략으로는 `백기사(白騎士)` 전략이 꼽힌다. 공격 대상 기업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주주들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SK텔레콤은 의결권 없는 자사주 (10.23%)를 우호 세력인 포스코에 매각, 우호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또 일부러 지출을 늘리고 기업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경영권 인수의 동기를 꺾어버리는 수법을 `포이즌 필(Poison Pill, 극약 처방)`이라고 한다. 아울러 공격자가 노리는 핵심 사업 부문을 독립시켜 M&A 의욕을 없애버리는 `황금알`(알을 낳아 분리시킨다는 의미) 전략도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방어 기법이다.
국내에서는 여론호소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 M&A 방어수단으로 활용된다. 지난 93년 6월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매집하자, 기아자동차측은 `재벌그룹이 자금력을 이용해 기업을 탈취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여론 조성에 나서 결국 삼성의 인수 시도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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