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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수요예측 실패' 40조 안심대출 후폭풍

MBS 물량 55조 일시 발행… 시장 혼란

은행 인수부담·손실 불가피… 주금공도 리스크 헤지 못해

정부 스와프방식 발행 혼용… 후유증 최소화 방안 등 검토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수요예측 실패로 당초 계획과 달리 40조원의 대출을 일시에 공급하기로 급작스럽게 정책을 변경하면서 자금조달 수단인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와프 방식의 MBS 발행을 혼용할 계획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시장 혼란과 은행권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의 재원으로 주택금융공사가 은행들로부터 인수한 안심전환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MBS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채권시장 수급상황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매달 5조원씩 총 20조원의 MBS를 발행하고 은행들이 이를 시차를 두고 전액 사들이도록 의무화해 MBS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난 일주일 사이 두 번의 정책변경으로 모든 계획이 뒤엉켰다. 신청 첫날 안심전환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자 오는 6월까지 분산하려던 1차분(20조원) 대출신청을 일시에 받기로 했고 그래도 계속 신청이 쇄도하자 2차분 20조원을 바로 풀었다. 이에 올해 35조원로 계획됐던 MBS 발행물량이 55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기존 발행 총 잔액과 맞먹는 규모다.

그러자 MBS 시장에 충격이 예상되면서 MBS 발행과 인수를 책임지기로 했던 주금공과 은행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은행들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막대한 규모의 MBS 자산을 단기간에 경쟁적으로 사들여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특히 은행들이 자산구조상 만기가 긴 채권 보유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만기가 짧은 MBS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기물은 과열되고 장기물은 가격이 급락하는 시장왜곡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 MBS 시장에는 국고채보다 비싼 가격에 사자수요가 나오고 있지만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게다가 주금공은 이자율 변동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금리변동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상 최대의 MBS 발행을 두고 대혼란이 예상되자 당국은 기존 계획을 대폭 수정하는 등 후속방안을 부랴부랴 마련하고 있다. 30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MBS 발행 3개월 내 50%, 6개월 내 50%씩 은행들이 의무 매입하도록 한 규정을 바꿀 것"이라며 "은행들이 대출채권에 해당하는 MBS를 직접 받아 가는 좁은 의미의 스와프 발행방식을 혼용해 시장에 혼란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40조원 중 일부는 스와프 방식으로 은행에 넘기고 일부는 1차 발행시장에서 입찰방식으로 시장에 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스와프 방식 발행과 일반 입찰 방식 발행 간 비중에 대해서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와프 방식의 MBS발행을 놓고도 여전히 시장 혼란은 가라 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스와프 방식으로 발행할 경우 MBS 금리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당국과 은행권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특히 은행들로서는 원치 않는 5년 이상 장기 MBS를 의무적으로 받아가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채권 애널리스트는 "만약 스와프 방식으로 MBS를 발행할 경우 은행에 이자율을 일부 보전해 주지 않으면 은행들의 손실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매달 5조원씩 분산 발행되는 것을 고려해 은행들이 MBS 매입 계획을 짜고 있었으나 갑자기 40조원을 일시에 발행하게 되면 자금운용 계획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무보유기간(1년) 이후 MBS를 매도할 시점에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손실도 우려된다"며 "안심전환대출로 대출수익이 악화된 마당에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주금공은 이자율 변동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금리 변동에 따른 막대한 손실 우려도 제기된다. 주금공이 안심전환대출채권을 넘기는 대가로 은행에 주기로 한 금리는 2.55%(기본형)로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주금공이 MBS 발행 시점에는 시장금리를 기준으로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만기 10년짜리 MBS를 40조원 발행할 경우, 당초 계획보다 금리가 0.01%포인트만 올라도 4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때문에 주금공은 평소에는 국채선물이나 이자율스와프(IRS) 등을 이용해 이자율 리스크를 헷지하는 전략을 쓰지만 이번에는 40조원에 달하는 물량을 단기간에 헷지할 수단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이번에는 금리 리스크 헷지가 사실상 힘들다고 보고 최대한 이자율 변동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을 줄이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출 승인과 MBS 발행시기까지 3개월이 걸리지만 이번에는 이보다 더 단축하겠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욕을 먹더라도 안심전환대출을 5조원씩 승인하기로 계획한 데는 시장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예측 실패로 한꺼번에 수요가 몰리자 정부가 일시에 40조원을 풀기로 하면서 관계기관과 은행이 뒷치닥꺼리에 진땀을 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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