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115년 역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로 통합되면 13년의 역사를 가진 법인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똑같은 '우리은행'이지만 '국내 첫 은행'이라는 자긍심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구성원들이 전·현직을 막론하고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매각작업은 지주사가 은행을 합병한 뒤 이를 다시 은행으로 전환해 예금보험공사 지분 56.97%를 매각하는 방법으로 이뤄지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상장사인 지주사에 비상장사인 은행을 흡수시키는 것이 일정상 빠르기 때문이다. 은행 법인에 지주를 흡수시키려면 상장사인 지주를 해체한 뒤 통합작업을 거치고 다시 은행을 상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길게는 1년가량 소요될 수도 있다.
지주사가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어 지주의 법인을 소멸시키려면 해외 증시 상장에 드는 시간과 비용 또한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우리은행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명함에 1899년 기원이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다. 우리은행은 1999년 상업·한일은행이 합병돼 만들어졌다. 그 중 상업은행은 1899년 세워진 대한천일은행의 전신이다. 이를 근거로 그동안 우리은행이 국내 첫 은행이라는 명칭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은행이 지주로 통합되면 앞으로 'SINCE 1899'의 역사도 자랑하지 못하게 된다. 명칭은 우리은행이지만 실질 법인은 우리금융지주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경쟁 은행에서 우리은행에 해당 브랜드 사용에 대해 시비를 걸어올 수도 있다. '우리'라는 상호 때문에 여타 시중은행에서 상호를 바꿀 것을 요청 받은 것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전직 우리은행 출신 고위관계자 또한 "30여년간 일하면서 기나긴 은행 역사와 함께해왔는데 10년 역사를 가진 은행으로 바뀐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앞으로 일할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지주를 은행에 통합시켜 브랜드 가치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은행 법인이 소멸되면 그동안 맺어온 채권·근저당권 등 계약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계약 갱신을 위해 법무 법인을 선임하는 데도 일정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현재 확정된 방안 없이 '은행으로의 통합'과 '지주로의 통합'을 두고 고심 중이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은행으로의 통합안'을 공자위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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