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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4년만에 감소] 신용불량자는 지속증가 ‘연착륙’ 진입 일러
입력2003-09-04 00:00:00
수정
2003.09.04 00:00:00
성화용 기자
2ㆍ4분기 가계부채가 감소한 것은 정부가 신용카드사를 죄어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억제한데다 가계도 `더 이상 빚을 내 소비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가계의 살림살이도 극도의 내핍으로 돌아서 소비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로 인해 빚이 줄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지난 4년반 동안 무려 250조원이나 늘어나 경제불안요인으로 잠복해온 가계 빚 문제가 `연착륙`을 시작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연체율은 높아지고 신용불량자는 여전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가계의 재무상태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악의 소비위축=2ㆍ4분기 가계신용감소의 주된 원인은 소비위축이다. 판매신용 감소폭이 사상최대인 6조647억원에 이른 점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 1ㆍ4분기(5조3,546억원 감소) 감소액을 합하면 상반기에만 11조4,193억원이나 줄었다.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 받던 지난 98년에도 판매신용이 감소하긴 했지만 연간 감소액이 8조3,830억원으로 올 상반기보다 작았다. 그만큼 올해 소비가 죽었다는 얘기다.
신용카드나 백화점카드, 할부금융회사를 통한 외상구매가 이 정도로 줄어든 것은 지난 94년 한은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그만큼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얘기다. 특히 신용카드를 통한 외상구매액이 4조3,279억원이나 줄어 일상적인 소비지출이 그만큼 위축됐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판매신용의 감소는 전체적인 가계소비지출 추이와도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연평균 7%선에 달했던 가계소비지출 증가율은 올 1ㆍ4분기 0.7%로 떨어졌고 2ㆍ4분기에는 4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2.3%를 기록했다. `경기부진→소비감소→가계부채감소`라는 불황사이클이 거시경제통계와 금융부문통계로 함께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조성종 경제통계국장은 “자동차 등 내구성 소비재 판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할부금융회사의 판매신용 감소폭 훨씬 커졌다”며 “급격한 소비위축이 가계신용 감소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 했다.
◇금융 불안 여전=2ㆍ4분기 가계신용 동향을 보면 은행대출은 9조6,542억원이 늘어 오히려 전분기(5조316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이자가 싼 부동산 담보대출은 여전히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이자가 비싼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여신전문기관 대출은 8조3,710억원이나 감소했다. 신용카드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영지도가 강화되면서 카드사들이 앞 다퉈 현금서비스와 대출 한도를 축소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가계신용의 부문별 증감은 질적으로 다소 개선됐다고도 볼 수 있다. 가계의 고리 부채는 줄고 저리의 대출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체율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6월말 현재 2.01%로 작년 말의 1.5%에 비해 크게 높아졌고 신용카드 연체율 역시 6.6%에서 9.5%로 급등하고 있다. 신용불량자는 300만을 넘어 400만에 접근해가고 있다.
결국 가계의 부채구조가 정부의 강제적인 정책에 의해 다소 개선되는 양상은 보이고 있지만 이미 한계에 이른 빚을 감당하지 못해 `악성 채무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의 과잉 부채로 인한 불안요인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가계 빚 문제가 연착륙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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