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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인 SK와 GS그룹이 손자회사를 통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외국 기업과의 합작 프로젝트가 사실상 올 스톱 상태가 됐다. 투자금액은 약 2조3,000억원. 정부만 믿고 추진하던 사업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투자 유치 차원에서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 기업과 합작해 자회사(증손회사)를 만들 때 지분 100% 소유 규정을 50%로 완화하기로 했으나 그 약속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6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고 9월 국회에서도 불투명해지면서 '2조3,000억원 프로젝트' 역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아니면 당장 가능한데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규제를 받아 투자가 가로막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관련 규제의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9일 재계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주회사들이 증손회사 100% 지분 보유 등 지주회사에만 적용되는 7가지 규제 때문에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말 기준 지주회사는 총 103개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한편에서는 정부나 정치권이 순환출자 대신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7가지 규제로 꽁꽁 옭아매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주회사에 적용되는 7가지 규제는 ▦출자 방향 제한(수평적 출자 금지) ▦출자 단계 제한(증손회사 지분 100% 소유) ▦최소 출자비율 제안(20%, 40% 이상) 등이다. 여기에 ▦공동출자 금지 ▦금융회사 소유 금지 ▦타 회자 출자제한(5% 이내) ▦부채비율 제한(200% 이내 등) 등이다.
지주회사에 적용되는 7가지 규제로 인해 지주회사를 벗어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대성홀딩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성홀딩스는 최근 부채를 늘려 지주비율(자산 총액에서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벗어난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A기업의 자산이 50% 이상 자회사 주식으로 채워지면 지주회사가 된다. 대성홀딩스는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주비율을 낮춘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성홀딩스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소유 금지 규제로 '지주회사 탈퇴'를 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성홀딩스는 대성창투를 보유하고 있고 오는 10월1일까지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지주회사에서 벗어나 대성창투 주식매각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부채를 늘려 지주회사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최근 들어 늘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대성홀딩스에 앞서 몇몇 회사들이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소규모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탈퇴를 고민하고 있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GS칼텍스는 보유하고 있던 GS파크24 지분 50%를 계열회사인 GS에너지에 처분했다. 이유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GS칼텍스가 증손회사인 GS파크24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별도의 법 개정이 없는 한 올해 말까지 GS파크24 외에도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내년 12월 말까지 증손회사 지분관계를 매듭지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현행 지주회사 규정 때문에 원하지 않게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지주비율이 50%를 넘으면 지주회사가 되는데 자회사 기업 가치가 급등하거나 다른 자산의 가치가 축소되면 자연스럽게 지주회사가 되는 케이스가 그 경우이다. 배상근 전경련 본부장은 "지주회사는 규제 강화가 아니고 규제 완화 대상"이라며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7가지 규제로 지주회사의 투자와 성장이 저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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