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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하는 공기업] 실패한 경영자 '설자리 없다'
입력2001-07-26 00:00:00
수정
2001.07.26 00:00:00
"책임경영 확립" 의지 확고공기업 개혁에 있어 공기업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해당 공기업의 민영화나 경영혁신에 있어 공기업 사장이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는 공기업 개혁을 하면서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장들의 경영책임을 묻는 장치와 이들의 후임 인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정치권의 입김 등으로 개혁이 왜곡, 굴절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난달 19일 정부투자기관운영위원회는 박문수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을 해임을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했다.
83년말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이 제정된 후 시행된 18번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공기업 사장 해임을 건의한 것은 처음이다.
경영책임을 묻기 위한 해임건의규정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있다. 그러나 정권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이 해임건의 조항은 사실상 한번도 실행되지 않아 사문화하다시피 했다.
◇임기에 상관없이 경영실패는 책임져야 한다
박 사장의 해임건의는 첫번째 케이스여서 운영위원회에서 적지않은 논란이 제기됐다.
일부 위원들이 광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박 사장이 노사화합, 해외자원개발, 고객서비스개선 등에 노력한 공로를 감안할 때 해임건의는 지나치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영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었다.
낙하산 인사시비가 있었지만 박 사장이 정치인 출신이라는 것이 주요 이유는 되지 않았다.
13개 정부투자기관 중 유인학 한국조폐공사 사장, 유승규 대한석탄공사 사장, 정숭열 한국도로공사 사장, 권해옥 대한주택공사사장, 김용채 한국토지공사사장, 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7명이 현 여당과 직ㆍ간접 연관이있는 정치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광진공은 이번 경영평가에서 12위를 했으며 나머지 11위와 13위 기관장들이 최근 바뀌었기 때문에 박 사장은 지난해 광진공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해임 건의됐다.
무엇보다 이번 해임 건의는 공공개혁차원에서 공기업 경영평가를 엄정히 하고 이 평가결과에 따른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해 8월 취임이후 줄곧 실적이 좋지 않은 공기업 사장에 대해서는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혀왔다.
또 지난 3월 이병길 당시 대한석탄공사 사장, 오시덕 대한주택공사 사장, 최중근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 공기업 임원 7명에 대한 해임이 이루어진 뒤에도 전 장관은 공기업 경영평가 후 또 한차례의 해임건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광업진흥공사 측은 이번 박 사장의 해임건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광진공 직원들이 중심이 돼 경영평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성금을 모아 일간지 등에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를 올바르게 해주십시오라는 호소문을 내는 등 박 사장 구명과 실추된 명예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남은 과제
비록 1명의 해임 건의에 그쳤지만 이번 공기업 경영평가는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공기업 사장의 책임경영에 대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있었던 공기업 사장 등 임원급 7명에 대한 해임이 청와대, 감사원 등이 주도하면서 정치적 색채가 상당히 짙었다면 이번 해임 건의는 객관적인 경영실적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관행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남겼다. .
따라서 내년 이후 앞으로 있을 경영평가에서는 평가대상기관이 수용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절차를 통해 경영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평가잣대를 보다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박 사장 후임인선에서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시비가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유례가 없었던 공기업 사장해임이 결국 4월과 5월의 후임인사 선정과정에서 낙하산 인사시비로 퇴색했던 점을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온종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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