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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정장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에너지 절감 노력이 효과를 거두려면 먼저 기업차원에서 공정개선 등을 통해 에너지 낭비요인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정장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 현장에서 에너지 낭비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에너지 절약은 곧 원가 절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에너지절약전문기업제도, 에너지관리 진단제도 등 다양한 에너지 절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하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에너지 공급은 환경악화, 비용증대 등의 부작용도 있는 만큼 풍력 등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에 다라 우리 경제가 큰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에너지절감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무엇보다도 산업현장에서의 에너지 절약이 중요합니다. 최근 들어 가정의 에너지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절대량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용도별 에너지 사용비중은 ▲기업 56% ▲가정 20% ▲수송 20% 등으로 산업용 에너지 사용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따라서 산업 현장에서 에너지 낭비를 줄여야 전국민적인 에너지 절감 노력이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산업현장에서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관리 진단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싶어도 공정 가운데 어느 부분에서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는 지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에너지관리공단을 이용하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 20여년간 전국의 5,5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에너지관리실태를 진단했습니다. 이런 진단 결과 에너지 기기나 공정을 개선하면 보통 10% 가량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개선작업을 통해 거둔 효과는 금액기준으로 무려 3조원에 달합니다. -기업들도 공정개선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싶어도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이를 꺼리는 경우도 많은데요.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ㆍEnergy Service Company)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SCO는 자체 자금으로 제조업체의 에너지 절감시설에 투자한 후 절감비용을 그 업체로부터 회수하는 기업입니다. 지금까지는 ESCO가 주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했지만 앞으로는 공단 차원에서 팩토링제도, 성과보증제도 등을 도입해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방침입니다. -앞으로 에너지 절감 대책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무조건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방식은 이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구당 전기 요금이 3만원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에너지 절감에 따른 혜택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인 방법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고효율 가전기기`의 보급을 늘리는 것입니다. 정부는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기를 생산하도록 유도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530리터 냉장고의 경우 10년 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두 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현재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제도는 모두 5등급으로 나눠 시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1등급 제품의 경우 5등급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을 30~40% 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5개 등급을 2개로 축소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등급 축소를 통해 일정한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제품은 아예 생산 및 판매가 불가능하도록 만들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효율이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정부의 우선 구매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입니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최근 들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에너지 절감 방안은 무엇입니까. ▲올해부터 에너지 효율제도를 건물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도입했습니다. 빌딩이나 아파트는 일단 짓고 나면 30~40년간 사용해야 합니다.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단열효과가 높은 자재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건설단계에서 보다 많은 고효율 자재가 사용될 수 있도록 건물 에너지 효율제도를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유럽의 경우 주택이나 건물의 에너지효율 수준을 등기부에 명확히 게재할 정도입니다. 이 같은 방식을 벤치마킹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가격요인으로 정착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건설업체들은 자신들이 세운 건물이 높은 에너지 효율등급을 얻으면 이를 널리 홍보하고 분양가에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아파트에 입주하면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데 성과는 어떻습니까. ▲2ㆍ3월 두 달간 일반 가정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월간 에너지 사용량을 10% 이상 줄일 경우 가스 및 지역난방요금의 경우 2만원, 전기요금의 경우 1만원을 돌려주는 `캐쉬 백`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미 신청 가구가 1만가구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에너지관리공단은 수요자의 입장에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력수요관리 사업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제도는 공단과 기업이 협약을 체결한 후 전력소비량이 급증하는 시간대에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자동적으로 차단해 주는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요금이 비싼 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억제할 수 있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흔히 에너지절약하면 수요측면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공급측면에서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없습니까. ▲공급측면에서의 에너지 절감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열병합발전입니다. 보통 일반 발전소의 경우 연료를 투입해 전기를 얻을 수 있는 비율이 40%에 도 못 미칩니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은 모두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전기와 함께 열도 생산해 각 가정에 난방용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수율이 80%를 웃돕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런 열병합발전을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소형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기존 아파트단지의 보일러시설 규모면 충분합니다. 실제로 일부 지방에서 이런 열병합발전소를 아파트 단지에 건설해 보다 싼 값에 전기와 난방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1,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의 경우 30억원이면 열병합발전시설을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3~4년이내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석유 등 주요 자원의 매장량은 제한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정부는 지난 88년부터 대체 에너지기술 개발을 추진해 왔습니다. 주요 자원의 부존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에너지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에너지 관리공단은 태양광 및 풍력기술 개발 등을 중점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흔히 대체에너지 개발은 경제성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대체에너지 보급 수준이 아주 낮아 빚어지는 현상입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대체 에너지 개발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풍력개발 기기는 대부분 덴마크에서 수입해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풍력개발이 늘어나면 관련 기기의 국산화를 통해 관련 비용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고 믿습니다. 현재 대관령지역에서는 1,400억원을 투자해 9만Kw 급의 풍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체에너지 개발 노력이 활성화되면 화력발전소 건설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발자취] 정장섭 이사장은 에너지 전문가다. 산업자원부 재직시절 자원정책심의관, 자원정책실장 등을 거치며 에너지정책 및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20여년간 산업자원부에 재직하면서 산업정책을 두루 다뤄본 탓에 실제 산업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방안을 자주 제시하고 있다. 그는 2001년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산업체의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에너지기술연구원,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산업기술대 등 유관기관과 업무협력 협정을 통해 산업 현장에서의 에너지 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에너지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민간 차원의 에너지절약운동을 확산시키는데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주변에서는 정 이사장이 다양한 에너지절감 운동을 주도할 수 있는 배경으로 `특유의 친화력`을 꼽는다. 산자부 후배 공무원들은 그를 `소탈한 자세로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매끄럽게 업무를 풀어나간 선배`로 기억한다.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한 후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마무리한 데도 그의 친화력이 한 몫을 했다. 공단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기존 15처에서 13처로 축소했지만 별다른 잡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는 본부조직을 축소하는 대신 인력을 주로 지사업무를 강화하는데 투입했다. 지역에 따라 에너지 사용 특성도 다른 만큼 지역밀착형 에너지 절감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전자민원처리시스템을 구축한 후 고객의 건의나 불만을 즉시 경영에 반영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데도 주력했다. 그는 최근 들어 전력 수요관리 방안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반적인 소득 증가와 함께 여름 및 겨울철에는 전력 소비량이 크게 늘어 전력수급 불균형 우려도 심화되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이를 위해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때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직접부하제어 사업을 확대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더 이상 수요 측면에서 절약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석유 등 화석연료가 아닌 대체 에너지 기술 개발을 통해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약력 ▲48년 광주생 ▲광주고, 고려대 법학과 졸업 ▲상공부 제철과장 ▲특허청 관리국장 ▲산자부 자원정책심의관 ▲자원정책실장 ▲무역투자실장 [에너지절감 프로그램] 현재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최대의 악재는 유가 급등이다. 국제유가는 우리의 통제권 밖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방안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에너지 절약은 그저 `한 집 한 등 끄기`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서의 에너지 사용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 현장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기업의 에너지 절감노력을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에너지관리 진단,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자발적협약, 에너지효율관리제도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국내의 ESCO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ESCO는 제조업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설비를 설치해 준 후 여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절감비용을 수익원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A업체의 에너지절감 시설에 10억원을 투자한 후 그 업체의 연간 에너지 절감 비용이 3억원에 달한다면 4년 가량 매년 3억원씩을 투자원금 및 이윤으로 회수한다. 특히 ESCO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투자자금을 스스로 조달하기 때문에 A업체는 자체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올해부터 성과보증제도 등을 도입해 ESCO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전력부하관리 제도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전기요금은 시간대마다 다르다. 전기수요가 몰리는 시간일수록 요금은 비싸다. 공장에서 모든 설비가 동시에 전기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에너지관리공단은 기업과 협약을 체결한 후 전기제어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한다. 공단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전기 사용량이 크게 몰리는 시간에는 불요불급한 시설에 대한 전기공급을 차단해 준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요불급한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원가를 줄일 수 있다. 이밖에 에너지관리 진단도 기업의 에너지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 공단은 기업의 에너지 이용실태 및 손실요인 등을 분석해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이용방안을 제시해 준다. <대담 : 김희중 경제부장, 정리=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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