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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서 느끼는 소리와 시간 박영근展 1일부터 인사동 갤러리상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풍요와 빈곤, 존재의 덧없음 등 수많은 메타포로 읽혀지는 박영근의 ‘이 세상의 모든 뚱뚱한 것…’ 화면은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곡선더미로 가득하다. 하나하나의 선은 기계의 규칙성을 담고 있지만 그것이 엉겨 붙어 이뤄낸 전체 화면은 지독히 혼돈스럽다. 그 혼돈속에 이미지가 뭉개지고 부풀어 오른 체 모습을 드러낸다. 오랫동안 붓 대신 산업용 드릴과 고속 전동공구를 사용해 속도감 있는 선을 구사하여 작품을 제작해오고 있는 서양화가 박영근(성신여대 교수)씨가 지난 91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20번째 전시를 갖는다. 10월1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소리와 시간과 관계된 많은 이미지가 나열되었다. 화면 속 일렁이는 이미지들이 부딪쳐 새로운 의미를 파생하는 순간을 담은 그의 이미지는 인터넷 환경에서 얻은 체험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짐’ ‘세례 요한’ ‘투구’ ‘뚱뚱한 것과 마른 것’ 등 다양한 것들을 인터넷에 올리자, 수많은 주석들이 따라붙은 것에 경이를 느꼈다고 한다. 작가는 인터넷을 통해 소개되는 정보의 일부를 무작위로 떼어 내어 작품집에 함께 실었다. 총알 모양의 ‘도토리’를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 폭력과 살인도구의 형태를 떠올릴 수 있고, 싸이월드나 미니홈피 등 인터넷 세상에서 잘 알려진 화폐의 구시를 하는 도토리를 연상할 수도 있다. 이번전시의 하이라이트는 3개 캔버스에 담은 ‘이 세상의 모든 뚱뚱한 것, 이 세상의 모든 사라질 것, 이 세상의 모든 마른 것’이다. 세례자 요한, 기린, 갈비뼈, 칼, 오이를 결합하여 ‘마른 것’을 대변하고, ‘살찐 것’쪽에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위장, 호박, 돼지가 그려져 있다. 요즘 사회의 비만기피증을 일차적으로 비판하는 것이지만, 양 극단은 결국 원시와 문명, 빈부, 남성과 여성, 결핍과 과다, 원시신앙과 기독교 등으로 갈라지는 메시지를 담는다. 전시는 14일까지. (02)730-0030 입력시간 : 2005/09/2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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