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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는 코끼리 열차, 의원에게는 엘리베이터' 2011년 4월 국회의 모습이다. 국회는 지난해 2월 방문자 센터를 만들면서 방문자들이 경내를 편하게 오가도록 14인승 전기 자동차를 4대 들였다. 창문이 없는 전기자동차의 모습은 흡사 놀이공원 코끼리 열차를 닮았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별명이야 어찌됐든 방문자들이 편하고 전기 자동차 홍보도 된다면야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출근 시간에 직원이 타는 것을 제외하고 이 자동차는 하루 종일 텅텅 빈 채 국회 경내를 맴돈다. 전기자동차를 굴리기 위해 들어간 국민 세금만 5,000여 만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누구를 위한 친절인지 아리송하다. 한편 국회는 지난 2004년 권위주의적이라며 없앤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지난해 말 슬그머니 되살렸다. 국회가 열릴 때 본청에 있는 엘리베이터 4대에 '국회의원 용'이라고 표시해 둔 것이다. 빠듯한 일정소화를 위해 급한 의원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길어야 5분씩 기다리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민이 불편한 국회의 모습은 또 있다. 일반인이 국회 본청에 들어가려면 본청 뒷문에서 소지품을 검사 받은 뒤 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힘을 쓰지 않으면 국회가 열릴 때 본청 입장은 금지다. 우리 국회가 국회의원을 위하는 데는 익숙하면서 그들을 뽑아준 국민을 위하는 데는 서툰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안전과 효율성을 위해서라고 반박하기 전에 우리 국회가 표본으로 삼는 미국 의회를 보자. 미국의 경우 의회 건물 일부를 전면 개방했다. 특히 의회 뒷마당과 링컨 기념관 사이의 공간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I have a dream.'이라는 연설을 하는 등 집회 시위 명소로 유명하다. 국회 본청과 한참 떨어진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만 허용되는 우리 국회와 대조적이다. 세금으로 과잉 친절을 베풀면서도 민의와 소통 하지 못하는 국회, 인정받지 못한 권위를 스스로 챙기려는 국회, 회갑을 넘긴 국회의 씁쓸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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