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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축소 시기상조
입력2003-06-11 00:00:00
수정
2003.06.11 00:00:00
최근 재추진되고 있는 한ㆍ미투자협정(BIT)에서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경제논리로 축소(연간 평균의무일수 94.0일(문화부장관감경(10)ㆍ통합전산망감경(20)ㆍ성수기 감경일수 반영)에서 60일) 위협을 받자 이창동장관은 지난 4월 국회문광위와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서에서 “영화를 포함한 문화는 상업논리가 아닌 문화논리로 대응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쿼터 축소가 경제관료들에 의해 끊임없이 휘둘림을 당하자 영화인들이 일어섰다.
안성기씨등 영화인 100여명은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축소 움직임이 불거지고 있는 것과 관련, 1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스크린쿼터 수호의지를 거듭 천명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의치 않을 경우 문화예술인과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40%를 상회하고 있는데 축소할 만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은 장기간에 걸친 평균지표로서 산출됐을 때만 의미가 있다. 특히 스크린쿼터는 할리우드 영화의 독점에 대응, 문화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만큼 시장점유율이라는 산업논리의 잣대로 평가 될 수 없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우리의 정체성, 꿈과 미래, 관련산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영화 발전에 힘입어 한국영화 수출은 지난 4년간 평균 40%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현행유지는 영화인들의 집단 이기주의도 아니고, 한국경제를 발목잡는 사안도 아니다.
지난 3월 영화, TV, 비디오, 케이블 등 미국중심의 초국적 미디어기업들은 EIC(자유무역을 위한 문화산업연대)라는 이익단체를 만들었다. 이들의 출범 일성은 지난해 미국의 문화산업이 GDP의 5%에 해당하는 5,000억달러(약600조원)를 벌어들였고, 이중 절반은 해외에서 벌어들였음을 강조하는 것이었듯, 이제 미국의 문화산업은 미국적 가치와 생활방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파, 미국적 세계화의 충실한 첨병역할을 다하는 핵심산업이다. EIC는 미국정부를 향해 자유무역협정의 확대를 강력히 요구함으로써 전세계를 향해 전면적인 문화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이 왜 스크린쿼터제를 들고 나오는지를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한다.
<박연우(사회문화부 차장)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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