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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없는 한국증시/이종승 증권부장(데스크 칼럼)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주가지수 6백포인트가 5년만에 무너지면서 주식시장이 붕락위기를 맞고 있다.주식시장이 무너진다는 것은 비단 주가하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시장은 물론 우리 경제가 붕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주가지수는 우리경제의 앞날을 예측해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주가붕락은 이미 예측된 일이었다. 주식시장 붕괴의 주범은 무엇보다 정부의 증시정책 부재에 기인한다. 문민정부 들어 증권정책을 담당하는 주무국장이 무려 7명이나 바뀌었다. 정책의 기본목표에서부터 실제 집행에 이르는 조치 사이에는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책의 기본방향, 실행계획, 집행 간에는 일관성이 유지되고 관련 정책 상호간에는 제합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수단의 「선택과 시기」 못지 않게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정책의 일관성을 경시하고 증권정책을 다루는 주무국장을 정부가 7명이나 바꿨다는 것은 정부가 증권정책 자체를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한국증시에는 「당국」은 있는 것 같은데 「정책」은 없다고 비아냥 거린다. 둘째 주범은 기아사태를 조속히 매듭짓지 못하고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무능이다. 기아사태 장기화로 회복되던 경기가 다시 움츠러들면서 자금시장이 난기류에 휘말린 것이다. 기업 부도가 중견기업에까지 확산돼 주식시장이 「부도지뢰밭」으로 변한 상황에서 주가하락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셋째 주범은 정치권의 비자금 파문이다. 비자금파문에 따른 정국불안과 금융실명제에 대한 불신감이 주가하락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특히 신한국당이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친인척의 예금계좌 거래 내역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개인금융거래 비밀보호조항」 파괴는 금융거래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려 신음하는 증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투자자들이 보유주식을 가격 불문하고 투매하는 것도 금융거래비밀보장 파괴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올들어 주식매입 대기성자금인 고객예탁금은 피크를 이뤘던 지난 6월초보다 약 1조1천억원이 줄어들어 2조4천억원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금융거래비밀보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 주가상승의 원동력이 되는 고객예탁금은 더욱 줄어들 것이며 주가하락의 골도 더 깊어진다. 또 주식시장과 금융권에서 이탈한 자금은 장롱속으로 숨어들어 기업들의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하경제규모는 GNP의 9%인 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24조원은 차명이든 가명, 도명형태든 제도금융권을 들락거리고 있으나 약 7조원에 달하는 자금은 장롱에 깊숙이 묻혀 있다고 한다. 이번 비자금 폭로에 따른 금융질서파괴로 장롱속의 돈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숨는 돈에 비례해 주가하락은 가속될 것이고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경제 회복기간도 그만큼 길어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식시장을 망친 주범은 정부의 「태평스런 시각」이다. 올들어 경제전문가들이 경제위기를 소리 높여 호소했지만 정부는 수출경기 호전 운운하며 「꽃노래 타령」만 일삼아왔다. 이제 「주식시장은 끝났다」는 투자자들의 애끓는 한탄이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다. 주가가 붕괴돼 주식시장이 직접금융조달 기능을 상실하면 주식시장의 존재가치는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다. 올들어 유상증자 실권주와 회사채미발행잔액은 10월에만 2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주식시장 회복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수단과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정책은 실기를 하면 아예 시행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부작용을 낳는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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