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 ‘신체극’을 통해 현대무용의 독창성을 찾아가는 영국의 ‘DV8 피지컬 씨어터’가 국내 관객을 처음으로 찾아온다. DV8은 도저히 무용이라는 이름으로 가둘 수가 없을 만큼 연극과 무용, 이념과 편견의 모든 벽을 부수며 끊임없이 파격과 일탈을 감행하고 있다.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보여줄 뿐’(Just for Show)은 ‘좋은 사람’보다 ‘잘난 사람’이 더 인정 받는 사회에서 허영과 환상으로 위장한 군상들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영상과 특수효과로 극적인 표현을 해 온 DV8은 이번 작품에서도 홀로그램을 이용해 환상적인 영상과 정교한 무대연출로 시각적인 흥미로움을 이끌어 낸다. 3차원 영상을 통해 ‘무엇이 실제인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표현해 낸다. DV8가 지난 86년 창단이후 세계 공연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독특한 표현방식과 철학이다. 공연진은 매끈한 몸매의 근육질 무용수 외에도 뚱뚱한 사람, 노인, 장애인 등을 망라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제 나름대로의 신체적 특성이 있고, 그 몸에는 그들만의 삶이 담겨있어 소중하기 때문이다. 단체 이름이 ‘댄스 씨어터’가 아닌 ‘피지컬 씨어터’라는 데서도 이 같은 그들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무용을 시작한 예술감독 로이드 뉴슨은 “늙고, 뚱뚱하고, 신체적 장애를 지닌 무용수들이 무대에 서서 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면, 무용이라는 예술장르는 미성숙한 상태로 남을 뿐”이라며 “그저 아름다운 동작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의 신체로 가능한 모든 표현방법을 통해 개인의 삶과 관계, 사회 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레퍼토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95년 ‘엔터 아킬레스’를 제외하고는 한번 무대에 올렸던 작품은 다시 공연하지 않는다. 기존의 것을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그들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단체명 DV8은 ‘일탈시키다’, ‘벗어나게 만들다’라는 뜻의 ‘Deviate’에서 따 온 것이며, 무용과 영상의 결합이라는 의미에서 ‘Dance & Video 8’의 준말이기도 하다. LG아트센터 31일부터 4월 2일까지.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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