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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찬바람 ‘쌩쌩’
입력2003-07-29 00:00:00
수정
2003.07.29 00:00:00
홍준석 기자
서울지역 중고차 매매상으로 구성된 서울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의 서부지부인 양천구 신월동 내 중고차 매매단지.
3,000여평의 주차장에 39개 회원사의 수백대 중고차들이 빼곡히 쌓여 있지만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파리만 날리고 있다. D상사의 김세중 사장은 “불경기에다 특소세 인하로 거래가 아예 안 된다”며 “몇몇 업체들은 현금확보가 어려워 문을 닫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걱정했다.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 단지인 서울시 성동구 장한평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경력 10년의 중고차 딜러인 민병남씨는 “예전엔 하루 평균 서너대씩 중고차를 팔았는데 최근 들어 이틀에 한 두대 팔까말까 한다”며 “딜러 생활한 지 10년만에 이렇게 장사가 안된 적은 처음이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중고차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나쁜 마당에 신차 특소세인하에 따른 잠재 고객마저 뺏겨 한여름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가 급감한 것은 물론이고 시세도 뚝 떨어졌다.
서울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이 조사한 올 상반기 중고차 거래현황에 따르면 260여개 회원사가 1~6월까지 거래한 중고차대수는 4만5,3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764대)에 비해 25% 이상 감소했다. 특히 6월(7,527대)은 5월(7,743대)보다 거래가 줄었고 월드컵 축제로 손님이 거의 없었던 지난해 6월(7,867대)에 비해서도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특소세인하가 시행된 7월부터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까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의 김희재 과장은 “회원사들이 한결같이 일주일 후도 내다보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며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면 비수기인 9월 이후 영세업체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과장은 특히 거래급감도 문제지만 중고차 가격 급락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에쿠스의 경우 전년대비 불경기로 200~250만원 떨어진데다 추가 하락한 특소세인하분(100~150만원) 까지 감안하면 대략 400~500만원 내렸으며, 그랜저XG 300만원, EF소나타 100만원, 중형차는 50~60만원 등 대부분의 중고차 값이 급락했다. 이 때문에 특소세인하 이전에 비싸게 중고차를 매입한 딜러들은 어쩔 수 없이 현금확보를 위해 밑지면서까지 서둘러 헐값 처분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김 과장은 전했다.
이러다 보니 거의 이직률이 없는 직종으로 꼽히는 중고차 딜러들의 이탈로까지 연쇄반응이 일고 있다. 인천시의 인천교 매매단지에서 중고차를 거래하는 이언석씨는 “최근 한달 동안 3명의 딜러들이 그만뒀다”며 “단지 내 모 매매상사는 사장이 2번이나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규모가 큰 곳은 딜러들을 감원하기도 한다”며 “평균 7~10명씩 딜러를 고용하는 상사들이 최근 5~7명으로 인원을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정은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인터넷 중고차 거래 사이트도 비슷하다. 인터넷 중고차 시장을 운영하는 문형옥 장안평자동차매매조합 이사장은 “팔려는 사람이 10명이면 사려는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며 “장사가 워낙 안되나 보니 부도나는 인터넷 몰이 꽤 있다”고 말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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