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에 육박하면서 올 최저점을 찍었던 지난 2월 중순(33.98달러)에 비해 두배 이상 치솟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에는 유가가 다시 100달러 시대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경제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유가 100달러 시대가 재차 도래할 경우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는 충격파가 우리 경제에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역수지의 적자전환, 물가급등은 물론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투자위축→생산감소→고용축소→소비위축’이라는 악순환의 모형이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100달러 시대에 맞춰 에너지 계획을 짜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5일 “앞으로 2~3개월 내 국제유가가 임계점을 넘어서느냐 마느냐가 정말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유가의 임계점을 대략 80달러선으로 보고 있다. 지경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유가가 80달러선 밑으로만 형성되면 나름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면서 “하지만 이보다 더 높아진다면 상황은 다시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산유국의 자금사정이 개선돼 중단된 대규모 공사 프로젝트를 재개하고 수입도 늘리면서 플랜트 수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은 있다. 하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국제유가가 79달러 이상으로 급등한다면 무역수지 악화, 물가상승 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소비는 0.1∼0.2%, 투자는 1.0%, 국내총생산(GDP)은 0.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가 임계점을 넘어설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건 무역수지다. 지경부 관계자는 “유가가 한달 반 정도의 시차를 두고 무역수지에 영향을 주는데 5월 이후 상승한 유가는 7월 이후 무역수지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경상수지는 연간 20억달러 악화된다. 이 대통령이 국제유가가 90달러를 넘어설 경우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물가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도 0.2%포인트나 오른다. 높은 실업률, 임금삭감 등으로 가뜩이나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 물가마저 오를 경우 가계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이른바 ‘비용 인플레이션’마저 등장하면 회복기의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인플레이션, 특히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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