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컨설팅] 시어즈 로벅의 회생과 변혁전략
입력1998-12-27 00:00:00
수정
1998.12.27 00:00:00
시어즈 로벅(SEARS, ROEBUCK AND CO.)은 미국에서 월마트(WAL-MART) 다음 가는 유통 서비스 전문 그룹이다. 종업원 33만여명의 대기업으로서, 산하에 830여개의 백화점과 2,700개이상의 전문점을 두고 있다. 97년 매출 412억달러, 순익 12억달러, 총자산 390억달러에 이르며, 포츈지 선정 500대 기업중 16위를 차지하였다. 주요 제품을 살펴 보면 팔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백화점에서는 의류나 화장품부터 가정용 공구나 가전 제품까지 팔고 있으며, KENMORE, DIEHARD 등 독자 브랜드도 갖추고 있다. 전문점에서는 타이어, 배터리 등 자동차부품과 가구 등을 팔고 있으며, 심지어 주택 수리나 냉난방 등 홈 서비스도 수행하고 있다.
시어즈의 위기 발생과 그 원인
시어즈 로벅이(이하 「시어즈」라고 지칭) 지금처럼 잘 나간 것만은 아니다. 설립된 지 100년이 넘은 오래된 기업이긴 하지만, 시어즈는 93년 포츈지로부터 GM, IBM과 함께 3대 공룡기업으로 선정되는 치욕을 당하기도 했다. 80년대에는 금융업으로 사세 확장에 심혈을 기울여, 투자회사인 딘 위터(DEAN WITTER)나 부동산 중개회사인 콜드웰 뱅커(COLDWELL BANKER) 등을 인수하였고 신용카드업에도 진출하였다. 그래서 기업을 유통, 보험, 금융 서비스, 부동산 중개 등 4대 그룹 체제로 나누어, 본업인 유통업 이외의 사업에 주력하였다. 이러다 보니 유통업의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월마트 등 뛰어난 경쟁 기업의 출현을 보고만 있었다. 예를 들면 제이시 페니(J.C.PENNY)와 같은 대형 유통 업체들은 중산층 여성 고객들을 빼앗아 갔고, 서킷 시티 스토어(CIRCUIT CITY STORES)나 베스트 바이(BEST BUY) 등 할인점들은 가전용품 시장에서 치고 올라왔다. 주택 개조 및 수리 시장에서도 홈 데포(HOME DEPOT)에게 고객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는 결국 창사이래 최대의 경영위기로 이어졌다. 92년에 순손실 39억달러를 기록했는데, 금융 분야에 신경을 쓰다 보니 유통 분야에서 무려 30억달러나 손해를 냈던 것이다. 또 시어즈에서 가장 오래된 사업인 카탈로그 판매업에서 88년에서 92년까지 5년동안 연간 1억달러의 손실이 나고 말았다. 사실상 이러한 재무 성과의 손실은 시어즈 몰락의 징후를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제는 시어즈 몰락의 근본 원인이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나 경쟁업체의 공세에 있다기보다는, 지난 30년동안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맨 최고 경영자들의 경영 방식과 시어즈의 기업 문화에 있었다는 점. 설립 초기부터 50년대까지는 시어즈를 이끌었던 4명의 최고경영자들이 한결같이 본사와 지역 관리자간 상호 견제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로써 본사와 현장 조직간에 긴장 관계가 구축되어 본사의 관리와 현장의 자율이 서로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이와는 달리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경영방식은 「과다한 분권화」였다. 이로 인해 지역 점포의 자기 왕국화가 진행되었다. 이는 본사의 경영 방식과 벽을 만들어 월마트나 토이즈러스(TOYS-R-US) 등 신흥 유통업체의 급부상에 대해 처방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당시 지역 관리자들은 『경쟁업체들 별 것 아니다』, 『우리 지역은 전혀 문제없다』는 식으로 대응하였다.
80년에서 92년까지 12년간 시어즈호(號)의 선장이었던 에드 브레넌(ED BRENNAN)은 이러한 분권화의 문제를 개선하려고 「중앙 집중식」 경영방식을 취하였다. 지역 조직의 대부분을 축소하고 지역 관리자의 권한을 제한하면서 본사 전문가가 매달 3차례씩 매장을 방문하는 등 본사가 모든 것을 직접 관리 통제하였다. 따라서 지역 관리자들은 본사로부터의 성과 달성 압력과 성과 부진시 해고시키겠다는 위협에 시달리게 되어 영업에 더욱 소극적이게 되었다.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재고 부족에도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어 고객 이탈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이렇듯 과거 30년간 냉탕·온탕식의 경영 방식은 극단적인 자기 부정과 자기 만족이라는 기업문화를 내부에 만연시켰다. 90년도 시어즈에서 판매한 자동차 부품중 85%나 부정품이었다는 것이 공개되어 44개 주에서 소송을 건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시어즈는 명백한 자기 과실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장에 대해 부정하고 발뺌하는 등 극단적인 자기 부정 현상을 보였다.
극단적인 자기 만족 현상은 92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월마트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선정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당시 월마트의 규모는 이미 시어즈의 1.6배에 달하고 있었다. 이러한 부정적이고 유아독존적인 기업 문화는 경영진의 현실 안주적인 성향에서도 비롯되었다. 브레넌 회장의 재임 기간동안 100명의 임원중 무려 99명이 시어즈 출신이었다. 이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어쩌다 그런 아이디어가 제기되면 『우리에겐 맞지 않는다』, 『과거에 해 본 것이지만 잘 안되었다』는 식으로 반대 논리를 펴기 일쑤였다.
시어즈의 변신 : 회생에서 변혁까지
그러면 위기에 몰린 시어즈가 어떻게 해서 살아나서 변신을 거듭할 수 있었는가? 시어즈 변신의 역사는 92년부터 5년간 회생(TURNAROUND)에서 변혁(TRANSFORMATION)으로 연결되는 커다란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출발은 「군살이라고 판단한 것은 죄다 팔아 버리고 없애고 줄이는 것」이었다. 딘 위터 등 금융업 관련 자회사들의 지분을 처분하거나 매각하였고, 카탈로그 판매업과 신용카드업에서 철수하였으며, 113개의 점포를 폐쇄하였다. 본사도 시카고 중심에서 외곽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워 95년에 완료하였다.
이러한 사업 철수나 조직 폐쇄는 곧 해고로 이어졌다. 계약직 사원 1만6,000명을 포함한 총 5만명의 종업원을 해고한 것이다. 또 종업원 해고와는 별도로 3,400명의 관리자들을 조기 퇴직시켰다. 여기엔 당시 850여개 점장중 절반인 400명이 포함되었다. 이렇게 해서 92년부터 94년까지 3년동안 연간 3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92년에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후, 93년부터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 고객은 누구인가? 우리는 고객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해답을 찾는 작업이 회생 노력과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러한 작업은 현 회장인 아더 마티네즈(ARTHUR MARTINEZ)가 유통부문을 담당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첫째, 광범위한 시장 조사를 통해, 주요 고객이 연평균 3만3,000달러의 가계 소득을 가진 25세부터 54세까지의 여성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시어즈의 인기 제품인 가정용 공구나 자동차 부품을 놓고 볼 때, 주요 고객은 당연히 남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예상이 완전히 깨져 버린 것이다.
둘째, 사업 초점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백화점에 대해서는 마케팅 초점을 재구성하여 공구, 수리 용품, 차량 부품, 가구 등의 제품은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바꾸었고, 의류와 화장품의 경우 새로운 자사 상표를 도입하였다. 특히 백화점내 가구 매장을 「HOMELIFE」라는 전문점으로 별도 독립시켜서 의류 매장을 20% 정도 확장하였는데, 이는 의류의 매출 기여도가 26%에 불과하지만 영업 이익 기여도는 64%나 되어 회사의 주 수익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셋째, 영업 전략을 수정하여 매장 운영 방식과 서비스 방식에 일대 혁신을 꾀하였다. 매장 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종업원 훈련과 인센티브제도의 개선 뿐만 아니라, 영업사원에 대한 업무분장을 명확히 하여 재고품 관리업무 등 영업과 관련없는 업무는 제거하였다.
새로운 서비스방식의 기본 사고는 바쁜 여성들과 그 가족들에게 보다 많은 배려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브랜드의 가정용품 수리 및 휴일 배달은 물론, 자사 신용카드만을 고집한 것에서 탈피하여 모든 카드 사용이 가능하게 하였다. 광고에도 힘을 쏟아 93년도 광고비가 전년대비 20% 증액되었으며, 여성 고객에 초점을 둔 캠페인 광고에 주력하였다. 또 5년에 걸쳐, 40억달러를 들여서 500여개의 매장을 완전히 새단장하기로 하였다.
넷째, 전임 회장인 브레넌과는 달리 마티네즈는 외부 인력 영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800여개 지점중 100개를, 7개 지역 관리직중 2개를 비(非) 시어즈 출신이 맡게 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에 힘입어, 여러 가지 성과가 나타났다. 유통 분야에서 7억5,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이 발생하였고, 점포당 매상 증가율도 92년대비 9% 증가하였다. 무조건 줄인 것이 아니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부분에는 과감히 투자한 결과였다.
92년부터 3년동안 줄기차게 회생에 힘을 쏟았기 때문에 망하지 않고 살아 남을 수는 있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었다. 예를 들면, 점포 마진도 아직 그저 그런 수준이었고, 고객 만족도는 월마트 수준에 못 미쳤다. 또 해외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돌파구는 마련되었지만, 보다 구체적인 계획 마련 및 시행이 절실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첫째 유통사업내 세부 영역에 대한 재조정이 시작되었다. 대규모를 요하는 백화점 업태는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돌입하였기 때문에, 사업 초점을 소규모의 전문점 중심으로 전환하였다. 제품 초점도 의류나 화장품 등 소프트(SOFT)한 제품에서 수리용 공구, 차량 부품 등 하드(HARD)한 제품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해서 재조정된 사업 분야의 담당 관리
자들은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성을 갖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었다.
둘째, 다양한 업태를 도입하여 유통 분야에서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예를 들면, 새로운 개념인 「딜러점(DEALER STORES)」을 중소도시 중심으로 전개하였다. 시어즈와 지역 공급업자가 자본투자와 물품 제공을 나누어 하지만, 시어즈에게는 어떤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랜차이즈와는 성격이 다른 형태였다. 오히려 시어즈는 브랜드를 팔고, 지역 공급업자는 물품을 납품하고, 딜러점은 영업을 함으로써, 삼자간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 상당한 잇점이 있었다. 더욱이 매장을 월마트 길 건너편으로 위치하여, 의도적으로 경쟁을 붙여 놓았다. 현재 점포 수는 472개에 불과하지만, 3년이내 2배 규모로 키울 계획도 마련하였다.
한편, 시어즈가 부진한 영역중 하나인 해외 사업 활성화에 대한 견해는 경쟁 업체들과 달랐다. 마티네즈 회장 스스로도 『해외 사업 확장은 10가지 우선 순위중에서 11위에 불과하다』라고 할 정도였다. 시어즈의 변혁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대/입/합/격/자/발/표 700-2300, 2221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