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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KB 23일 긴급 이사회 Q&A로 본 사태 전말

국민은행의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를 둘러싼 KB금융그룹 내부의 갈등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석연찮은 점이 많다. 경제성과 효율성만 가지고 결정하면 될 은행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를 두고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갈라서고 결국 금융당국까지 개입하는 아주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금융계에서는 KB 사태를 '지주회사 체제'라는 하드웨어적 시스템 수술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본질은 바로 '사람'이라는 것이다. 회장과 행장 중 적어도 한 사람은 잘못된 인사였고, 이로 인해 계속해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급기야 권력 다툼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도 KB에서 유독 심한 '투서'에 의해 더 심화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KB는 사태가 확산되자 23일 긴급 은행 이사회를 소집했지만 이미 양측이 '루비콘의 강'을 건너 갈등의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핵심 쟁점들을 Q&A 방식으로 정리했다.

Q. 대형 사고 왜 유독 KB서 반복해 터지나

-'지주 체제' 아닌 '사람'이 문제 본질


A. 이번 사태가 터지자 한결같이 나온 질문이 '왜 또 KB인가?'이다. 멀리 가면 벌써 10년 가까이 불미스러운 일이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는 22일 "일각에서 지주회사 체제의 문제점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실상 KB 사태는 사람에서 기인한 것들"이라고 단언했다. 역대 회장과 행장들의 인사가 거듭해서 정권과 특수관계로 이어지면서 과거 합병에 따른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등의 파벌 갈등(채널싸움)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상부층의 문제가 간부급의 사람 문제로 확대 재생산된 셈이다.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가 권력 다툼으로까지 비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은행 안에서도 우군이 많지 않아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 이사회를 구성하는 10인 가운데 이 행장과 정 감사를 제외한 8명이 지주 측의 입장이다. 심지어 상당수 부행장과 임원들조차도 지주 측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영록 KB지주 회장과 이 행장이 서로 다른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상태에서 은행장이 제대로 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이번 사건이 묵혀온 갈등을 한번에 터뜨리는 발화점이 됐다는 것이다.

Q. 이메일이 사건 발단인가

-IBM 메일 전 내부 투서가 발단됐을 수도


A. 지주 측이 대표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사건의 발단이 이 행장에게 IBM코리아 대표가 보낸 사적인 이메일에서 비롯됐다는 부분이다.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 대표가 보낸 이메일을 근거로 은행의 CEO와 감사가 이사회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문제와 관련한 은행 감사실의 감사는 IBM이 이메일을 보낸 후 4월 말부터 시작됐다. 이는 은행의 감사가 명분이 없다고 지주 측이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행장 측은 IBM의 이메일은 '참조' 대상이었을 뿐 이미 그전부터 새로운 시스템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부터 내부 정보기술(IT) 조직에서 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를 근거로 감사실이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해 정확한 문제점을 발견했는데 은행 이사회가 이를 토론조차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직 내부의 누군가가 시스템 교체에 따른 배경이 담긴 투서를 행장과 감사에 보냈고 이를 토대로 감사가 진행되던 도중 이메일이 도착해 촉매제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본다. 조직 내의 세력 다툼이 개입됐다는 얘기다.



Q. 시스템교체 누구 말이 맞나

-위험 비용 제대로 반영했느냐가 핵심


A. 은행 감사실은 은행의 전산 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서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은행 경영협의회에 올라간 보고서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따라 발생할 리스크 비용 1,000억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감사실은 이에 더해 KB지주가 유닉스 시스템 교체를 밀어붙이기 위해 은행 IT 조직에 부당 개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KB지주는 이를 정면으로 부인한다. 최초 보고서에도 리스크 가능성은 명시돼 있었고 이 같은 리스크를 해소하고자 올해 초 새 시스템에 대한 벤치마킹테스트(BMT)를 실시했다는 것. 특히 지주 측은 유닉스 시스템에 입찰할 업체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만들 때 특정 용량이 초과할 경우 업체 측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도록 제시해 가격 리스크를 해소했다고 주장한다. 김재열 KB지주 최고정보책임관리자(CIO)는 "쉽게 얘기하면 휴대폰의 데이터 무제한처럼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업체 측이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인데, 그 비용을 왜 또 리스크 요인으로 반영해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Q. 은행 반기, 다른 배경 있나

-이권 문제 등 개입 알려면 검찰 수사 있어야


은행 이사회의 주축인 사외이사들이 철저히 은행 감사실의 의견을 배척한 이유도 의문이다. 이 부분은 KB 지배구조상의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은행의 사외이사들이 임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병기 감사의 감사보고서는 5월14일 만들어졌고 16일 은행 감사위원회에 부의됐지만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3명의 사외이사(오갑수·강희복·송명섭)는 이를 묵살했다. 이 행장은 19일 이사회에 직권으로 다시 부의했지만 역시 거부당했다. 국민은행 감사실은 은행장 직권으로 다시 보고한 사안까지 이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왜 토론 자체를 거부하냐는 것인데, 여기에는 사외이사들을 장악한 KB지주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주 측은 "은행 사외이사들이 감사실 감사의 명분이 없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자존심 싸움이냐는 것. 지주와 은행 측의 이견에 국한한 것이라면 23일 이사회를 고비로 큰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특별 검사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추론하듯 검찰 고발과 수사를 통해 이권 문제까지 나온다면 메가톤급으로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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