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지만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 등 관련 정책당국은 공석 중이거나 파행을 겪고 있어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경우 금융 감독ㆍ정책을 담당하는 합의제 행정기구인 금융위원회의 구성원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확정된 금융위 위원은 금융위 위원장ㆍ부위원장,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 기획재정부 차관 등 5명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 원장, 금융위 위원장 추천 2인, 대한상공회의소 추천 1인 등 4명은 공석으로 남아 있다. 금융위는 매주 1회, 한달에 4회 회의를 갖고 금융정책과 감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데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공석인 4명의 인사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감독과 조율이 가능한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위원회인 ‘금융위원회’가 총괄하는 정부 행정부처로서의 ‘금융위원회’도 사무실 이전 등으로 제대로 된 업무수행이 쉽지 않은 상태다. 옛 기획예산처 건물로 지난주 말 옮겨왔지만 공사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부는 여의도 금감원 사무실에 머물고 있다. 금융위 수장인 전광우 위원장조차 짐 정리가 안돼 은행연합회에서 업무를 보는 등 금융시장 패닉 속에 금융감독당국의 어수선함은 지속되고 있다. 외환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재정부 국제금융국도 사실상 업무 공백 상태이다. 국제금융국장에 발탁된 최종구 전 국제금융심의관은 G20 회의 참석차 해외 출장 중이다. 또 주무과장인 송인창 국제금융과장이나 외환시장을 실무 총괄하는 손병두 외화자금과장도 17일자로 공식 발령돼 업무 인수인계만으로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환율 매파’로 분류되며 환율 폭등에 한몫한 강만수 장관과 최중경 차관은 환율 업무보다는 정권 초기 경제운용 계획 그리기에 더 바쁜 실정이다. 환율 급등이 우리 경제에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 오고 있는데도 정부당국은 전투 대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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