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비해 주가 낮은 농심ㆍ오리온 등 주목
음식료주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들어 이어지고 있는 음식료주의 하락세는 그 동안 과도한 주가상승에 따른 일시적 조정과 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갑을관계 리스크’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조정 국면을 지나면서 주가 차별화는 더욱 활발해 질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차별화 포인트로 ▦성장성 대비 낮은 주가 ▦엔저현상 심화 여부 ▦곡물가격 안정 민감도 ▦갑을관계 리스크 확산 여부 등을 꼽고 있다. 올해 경기전망을 감안할 때 음식료 업종 전반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밝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급락장에서는 차별화 포인트에 유의해 투자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음식료품 업종지수는 4,190포인트로 지난달 30일에 비해 7.2% 하락했다. ‘대리점주 욕설파문’으로 불합리한 갑을관계의 타깃이 된 남양유업은 같은 기간 116만5,000원에서 97만7,000원로 급락하며 100만원대가 무너져 ‘황제주’대열에서 이탈했다.
이외에도 이달들어 농심(-6.5%), CJ제일제당(-11.65%), 대상(-11.76%), 롯데제과(-7.5%) 등 주요 음식료 종목의 주가도 크게 하락하며 업종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 동안 과도하게 오른 음식료 종목의 주가 조정과 남양유업 사태가 공교롭게 맞물렸다고 보고 있다.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나오던 시기에 주가 위험을 높이는 이벤트가 동시에 발생해 하락폭이 더 컸다는 것이다.
김승 SK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의 주가가 지난 3, 4월 단기간에 많이 올라 가격부담이 있던 차에 남양유업 사태에 따른 리스크 확대가 겹쳤다”며 “두 요인이 주가하락에 절반씩 기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도 “단기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에 컸다는 것이 기본적인 주가하락 이유”라면서도 “남양유업의 문제는 비단 특정 회사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불똥이 어디로 추가로 튈지 알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 작용했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의 주가 방향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반적인 약세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종목별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하락의 근본적 원인을 과도한 밸류에이션으로 보고 있는 만큼, 반등할 종목 역시 저평가된 종목을 꼽는다. 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을 밑도는 저평가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10일 기준 코스피 음식료 업종의 PER는 22.08배다. 현재 주요 음식료 종목 중 이를 밑도는 PER를 기록하고 있는 종목은 KT&G, 대상, 크라운제과 등이다.
김승 SK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1~2개월 정도는 음식료주에 대한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 기간 동안 그 동안 과도하게 올랐던 종목과 그렇지 않았던 종목들간 키맞추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음식료 업종 PER는 역사적 고점”이라며 “농심, 오리온은 현재 PER가 높은 수준인 것은 맞지만 성장성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곡물가격 전망이 안정세로 전환되고 있고, 상장사 대부분이 해당 업종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선두업체들인 만큼 ‘갑을관계 리스크’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엔저현상이 심화된다면 상승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수출 주도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한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추가경정예산 집행, 금리인하로 인한 가처분소득 증가 등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음식료주 전망은 밝은 편이지만,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불확실한 요소들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곡물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음식료 업계의 주가가 많이 오를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소재식품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엔저현상으로 수출 중심의 증시 주도주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대신 음식료주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환율변동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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