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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인터뷰=서울시 도시생태팀 오충현박사
입력2003-04-02 00:00:00
수정
2003.04.02 00:00:00
김현수 기자
“외국에서는 토양포장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나 국내에서는 땅을 아스팔트로 덮어 버리는 것에 대해 너무 무감각합니다. 이제는 `맨땅은 쓸모없는 것`이란 개념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서울시 도시생태팀의 오충현 박사 는 도시에서 홀대 받고 있는 `맨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토지야 말로 모든 생태계의 기본이기 때문. 토지는 녹지의 기본 바탕이 되는 데다 빗물저장고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홍수 및 가뭄을 막아주며 도시 온난화를 억제해준다고 설명했다. 또 토양미생물은 공기정화능력이 있어 대기오염 방지 기능 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땅의 포장정도나 생태적 가치수준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아무런 조사나 지표가 없었다. 이에 따라 오 박사는 98년 도시생태팀 창설부터 비오톱 지도 만들기에 착수했다. 비오톱이란 각종 동식물의 서식지라는 뜻으로 비오톱지도란 각 대지를 포장정도, 현존식생현황 등을 기준으로 일일이 조사ㆍ평가, 65종으로 분류한 지도를 말한다. 2년에 걸쳐 만들어진 서울시 비오톱 지도는 한국에서 최초로 작성된 비오톱지도다.
이 지도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서울시전체 면적의 53%가량이 포장돼 있는 상태. 산, 강, 경작지 등의 녹지 등을 빼면 시가화 된 지역이 서울시 전체 면적의 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서울시 면적의 반이 도시화된 공간인데 이 공간의 대부분이 불투수 포장으로 덮여 있다는 것.
서울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토지포장상태가 어느 수준인지, 향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등 기초 자료는 만들어 진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의 경우 이 같은 기본 조사마저 없는 상황이다.
도시생태팀은 이 비오톱 지도를 적용, 도시계획 환경성 검토에 활용할 방침이다. 오박사는 “건폐율과 용적률을 제한하듯이 비오톱면적지수를 제한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테면, 기존에 불투수 포장률이 50%였던 지역은 개발 후에도 옥상녹화 등을 통해 50%를 유지하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이미 독일과 같은 환경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방법이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보호는 곧 개발규제라는 인식 때문에 행정당국과 시의회의 승인을 받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 오 박사는 “비오톱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서 수많은 설득과정이 필요했다”며“우리나라도 삶의 질을 고려해 환경 친화적인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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