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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칼날을 들이댈 시점은 언제일까. 꺼낸다면 방법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전셋값 급등과 맞물리며 집값 상승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서 정부의 대응 수위가 다소 높아지는 양상이다.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억제대책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집값이 올라가는 모습에 대한 정부의 긴장감이 사뭇 달라진 것은 분명한 듯하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공급대책→금융 규제→세제 강화'라는 3단계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1단계 대책은 본궤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정부가 '국지적이고도 제한적 대응'을 공언한 상황에서 국세청이 집값 앙등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강남 재건축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나선 것이 예사롭지 않다. 다만 시장에 보다 깊숙하고도 빠른 침투효과를 주는 것이 금융 규제와 세제 부문이라고 한다면 아직은 정부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 듯싶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시장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당장은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이 과열됐다는 판단이 설 경우 즉각적으로 금융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시장원리…1단계 공급대책에 치중
부동산 주무부처 장관들이 심야 회동을 한 직후인 지난 27일 국토해양부는 서둘러 서민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그린벨트에 지어지는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당초 계획보다 6년 앞당긴 오는 2012년까지 전부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하루가 지난 후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배운 것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원칙에 따라 부동산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다음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강화이고 부동산 세제 강화는 해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문제는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관련 부처들이 인식을 같이한다"며 "주택담보대출 흐름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대응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주무부처들의 회동 직후 부동산대책에 대한 부처들의 대책과 입장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것이다. 부처들이 내놓은 일련의 정책과 발언의 흐름은 정부 정책의 큰 방향을 가늠하게 했다. 일단은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보다 멀리 보는 정책'을 쓸 타이밍이고 보다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수요정책들은 조금 더 시장상황을 본 뒤 구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신 중장기 대책과 단기 대책 사이에서 미시적인 대응은 계속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국세청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국지적 대응'을 통해 시장 전체에 심리적 영향을 미치도록 하겠다는 얘기인데 정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 미칠지는 미지수다. ◇시장 진정 안 되면 금융규제 나선다
정부는 은행의 LTVㆍDTI 규제를 강화해 대출을 줄이는 금융규제는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시장보다 앞서나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주 공급확대 정책을 발표한 만큼 시장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이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주춤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LTVㆍDTI가 은행의 건전성 강화를 위한 정책이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 금융위의 기본 스탠스다.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LTV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한 불편함이 내재돼 있다. 금감원은 7월7일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의 3년 이하 아파트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LTV를 60%에서 50%로 내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담보가액 6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만기가 10년을 초과해도 LTV 50%를 적용하도록 했다. DTI는 손대지 않았다. 정부 입장에서는 LTV 규제를 강화한 지 두달도 안 돼 다시 강화하는 데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현재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3구에 대한 LTV와 DTI는 각각 40%로 다른 지역보다 낮다. 추가 조치가 단행될 경우 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서울 지역의 LTV를 5~10%포인트가량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2금융권, 풍선효과 미미해 추가 조치 없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이 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됐다. 그러나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동안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6,000억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순증 규모가 16조5,000억원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셈이다. 거기다 2금융권 대출은 주택구입을 위한 용도보다는 생계형 대출 수요가 더 높은 상황이다. 금융감독당국 고위관계자는 "최근 4개월 동안 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크지 않고 생활비 마련을 위한 대출이 많았다"며 "2금융권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대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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