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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 상장사 대표인 김모(63)씨는 평소 자주 이용하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기업 지배구조 관련 사모펀드상품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20억원을 투자했다. 내년 지주사들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주가가 오르고 배당수익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지주사 위주로 투자하는 일반 공모펀드와 달리 저평가된 지주사에 집중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김씨가 투자한 사모상품은 매번 투자자 49명이 채워지며 7번 연속 완전판매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저금리 시대 고수익을 좇는 슈퍼리치(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사모펀드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공모형이 특정 종목에 10% 이상 투자하지 못하는 등 제약이 있고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는 것과는 달리 사모형은 빠르게 변하는 시장상황에 맞게 신속한 투자 결정 및 진행이 가능하고 목표수익률도 명확히 제시되기 때문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에 등록된 사모펀드 수는 8,526개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수가 3,439개인 것을 감안하면 사모펀드 규모는 공모펀드 대비 2배 이상 많았다. 설정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금융위기 이후 위축되고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79조1,053억원이던 사모펀드 설정액은 2014년 현재 171조2,843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공모펀드는 2008년 말 232조9,308억원까지 증가했지만 2011년 말 188조1,458억원까지 떨어졌다. 2014년 현재 217조2,456억원까지 상승했지만 아직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사모펀드가 50인 이하로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규모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일부 고액자산가들은 상품 하나에 수십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붓는 경우도 있다. 실제 현재 삼성증권에서 고액자산가들 대상으로 모집 중인 쿼드자산운용의 헤지펀드 목표희망금액은 3,000억원으로 이 상품의 최소 투자한도는 개인 기준 10억원 이상이다. 브레인자산운용의 한국형 헤지펀드인 '한라'의 경우 개인 기준 평균 2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고 5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한 개인투자자도 있었다.
이러한 고액자산가들의 사모펀드 사랑은 저성장·저금리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률과 투자자 니즈에 맞는 다양한 투자기법, 여기에 최근에는 안정성까지 확보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사모펀드는 소규모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맞춤형 직거래 상품"이라며 "투자자들이 원하는 구조와 운용사·매니저 등을 선택할 수 있고 아직 시장에 소개되지 않은 투자기법을 활용하거나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어려운 비상장 주식 등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이 2012년 설정한 '삼성갤럭시스타사모'의 경우 최고 20% 이상의 수익을 달성하며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불려줬다. 또 '삼성H클럽 Equity Hedge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Ci 클래스'는 총 2,974억원의 자금이 들어왔고 현재 설정 후 28.80%의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는 변동성이 크고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원금 보장이 되는 사모펀드도 속속 나오며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폭을 넓혀주고 있다. 라임투자자문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의 경우 원금이 보장되면서 연 8%의 수익률을 추구하고 있다. 당초 3,000억원 한도로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고액자산가들이 몰리며 3,400억원이 넘어서자 신규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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