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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정부 지급보증은 사절"

외화유동성 확보난 불구 <br>1주일이상 기간물 거래 全無외화조달 연말까지 악화 예상<br>"보증 받으면 정부 간섭 자초 버틸수 있을때까지 견뎌보자"

달러화 부족으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글로벌 금융경색 여파로 외화 유동성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정부의 지급보증을 활용해 외화를 조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섣불리 ‘지급보증 카드’를 사용했다가는 정부의 간섭을 자초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당장은 어렵지만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며’ 자금시장 경색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외화 유동성 확보 찬바람 ‘쌩쌩’=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 이후 금융권의 외화차입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사정은 여전히 빡빡하다. 실제로 통화 스와프 체결이 발표된 지난 10월30일 -9원이었던 외환 스와프 시장의 3개월물 스와프 포인트는 11일 -18원까지 떨어졌다가 18일 -9원으로 다시 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외환 스와프 포인트는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것으로 마이너스 값이 클수록 외화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즉, 원화를 대가로 달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외화금리도 다시 상승했다. 최근 오버나이트(하루짜리 차입)금리는 0.45% 수준으로 이달 초의 0.3%에 비해 약 0.15%포인트 상승했다. 1주일 이상 기간물은 국내 은행 간 거래가 전무하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이 과거에 확보해놓은 사모형태의 크레디트 라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1개월 이상의 신규자금확보가 어렵다”며 “일단 연말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화조달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한국의 국가 위험도’가 여전히 높은데다 외국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사정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5년 만기 외화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3~4%포인트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이다. ◇은행권 “지급보증 안 받는다”=상황이 이렇게 어려운데도 은행들은 정부의 지급보증까지 받아가며 외화를 조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다고 해서 경색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장기물 차입여건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어서 굳이 지급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급보증을 받지 않으려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지급보증을 대가로 은행들의 경영합리화를 요구하자 이에 대한 우려와 반발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밀려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다”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는 심리가 깔려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급을 보증한다고 해서 당장 중장기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외 금융회사들도 잠재부실을 털어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이라 국내 은행들이 채권을 발행한다고 해서 소화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면서 “내년 2·4분기 이후 정부의 외평채 발행이 어떻게 이뤄지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자금지원에 힘입어 기업들의 대출 만기 연장이나 신규 자금차입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금리도 장기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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