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밑에 위치한 서울 힐튼호텔 23층 펜트하우스에는 7년째 투숙객이 머물지 않고 있다. 이유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9년 25년간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으나 ‘방 주인’인 김 전 회장이 해외 도피생활, 구속 등으로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힐튼호텔은 싱가포르 회사인 CDL호텔코리아에 매각돼 주인이 바뀌었다. 문제는 99년 계약 당시 월 1만원, 하루 328원이라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임대계약을 맺으면서 불거졌다. 현재 힐튼호텔 숙박료는 1박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방이 17만5,000원(부가세ㆍ봉사료 별도)선이며 가장 비싼 객실은 ‘남대문 스위트룸’으로 하루 455만원이다. 270평짜리 펜트하우스의 1년 숙박비가 가장 싼 11평짜리 객실 하루 숙박비보다 못한 셈이다. 99년 계약 당시 서울 힐튼호텔의 대주주는 김 전 회장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계약을 맺을 수 있었지만 새 건물주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이에 CDL측은 5일 김 전 회장을 상대로 “방을 빼달라”며 건물명도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CDL측은 “99년 계약은 터무니없는 불공정거래여서 무효”라며 “김씨가 23층을 쓰지 않고 사실상 방치한 상태가 7년 이상 지속된 점, 영업에 막대한 장애가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게는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 및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으며 지난해 12월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아 자택과 병원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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