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주택금융公 설립 신중을

정부는 내년 1초 출범을 목표로 한국주택금융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는 미국의 주택저당채권 유동화 중개회사인 패니매(Fannie Mae)나 프레디 맥(Freddie Mac)과 같이 주택저당채권(Mortgage)을 유동화 하는 한편 주택신용보증기금 관리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사설립을 서두르는 이유는 장기저리 주택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서민과 중산층의 내집마련을 지원하고 가계대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한다. 공사설립은 주택금융 활성화와 가계부실에 따른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를 방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미국식 주택저당채권 유동화제도를 본받는 데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모기지유동화를 위해서는 먼저 유동화 중개기관이 제시하는 인수기준(Underwriting Guideline)에 맞는 모기지를 생산해야 하고 모기지보증ㆍ보험 등 각종 위험관리장치가 필요하며 대출신청서와 감정평가서 등의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모기지의 가치와 위험을 분석하기 위해 채무불이행이나 조기상환 등의 통계자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그러한 시스템이나 통계자료가 없다. 금융기관들 마다 심사기준들이 제각각이다. 더욱이 임차권 우선원칙(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실제 모기지가치를 분석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주식회사(KoMoCo)가 지난 4년 동안 유동화한 실적이 국민주택기금 모기지가 대부분인 점이 이를 반증한다. 둘째 정부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하고 손실보전근거를 법제화함으로서 공신력을 높여 MBS발행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Fannie Mae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는 약 0.25% 밖에 되지 않는다는 미국자료를 보면 그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정부는 공사의 자본금을 기준으로 MBS지급보증한도 50배, 사채발행한도 10배, 자금차입한도 5배로 해 최대 130조원의 주택금융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이는 공사가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것과 다름아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주택금융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Fannie Mae 등이 시장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지적한 점을 새겨들어야 한다. 넷째 정부의 손실보전근거도 문제다. 이는 모기지의 적정한 가치를 평가하여 인수하는 시장원리보다는 부실채권정리기금과 같이 무조건적인 인수여지를 제공한다. 이는 가계부실의 연착륙을 감안한 아이디어로는 가치가 있으나 공사경영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손실보전방식이 아니라 채무를 매입해 주는 유동성지원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 참고가 될 것이다. 다섯째 주택금융의 핵심은 수요자의 상환능력이다. 이를 알 수 있는 지수가 연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다. 우리나라의 PIR은 2001년 4.58배에서 2002년 5.47배로 증가하여 주택구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의 PIR지수는 2001년 1.3배~3.4배이다. 이 같은 미국수준을 감안할 경우 1인당GDP가 2만달러대에 진입해야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모기지론제도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을 공사에 합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기금은 1차 모기지시장의 보조기능인 신용보증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2차 모기지시장과는 그 기능이 어울리지 않는다. 재무상태를 보더라도 공사의 신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므로 공적인 주택금융기관들을 기능별로 묶는 방안이 더 합리적이다. 주택보증기능을 하고 있는 이 기금과 대한주택보증은 현재의 업역이 다르나 양 기관을 묶을 경우 주택정책의 체계적인 지원과 주택금융의 효율화가 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프로그램 개발 및 전산비용 등의 운영비용은 감축할 수 있는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 정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에는 시장환경을 직시해야 한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MBS유동화를 위해 2조원짜리 공룡을 서둘러 만들기보다는 현재 운영중인 코모코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장기국채시장도 없는 상태에서 무자본 특수법인인 한국은행의 출자까지 끌어들여 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모래밭에 집을 짓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발달된 주택금융시장은 위대한 계획의 산물이 아니라 150여년동안 끊임없는 발전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공사설립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주택금융시장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장기간에 걸쳐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태만 대한주택보증 영업1부 부장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