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에 연일 쓴 소리를 해온 남덕우(사진) 전 국무총리가 참여정부 지도자들이 헌법에 규정된 국가이념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ㆍ의료보험 적자를 해결할 능력도 없으며 사회보장제도 개선을 위해 한 일도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남 전 총리는 27일로 예정된 시장경제연구소 개소식에서 발표할 ‘시장경제의 이론과 실제’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힐 예정이다. 강연에 앞서 26일 미리 배포한 연설문에서 남 전 총리는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국가이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지도자들이 그것을 힘써 창달하려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국민들도 왜 우리의 국가이념을 지켜야 하고 그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특히 남 전 총리는 “국가가 올바르게 발전하려면 긴 생명을 가지는 국가이념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정신적 구심점 없이 개인 권리만 주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분담하지 않으면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실행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남 전 총리는 “과거 정권이 소득분배ㆍ사회보장제도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지금 국민연금ㆍ의료보험 등의 적자가 큰 문제로 제기되는데 참여정부는 이를 해결할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밖에도 남 전 총리는 “(현 정부는) 당면 문제를 과거 정권의 탓으로 돌리려 할 뿐 사회보장제도 개선을 위해 별로 한 일이 없다”고 꼬집었다. 시장경제연구소는 지난 70~80년대 개발연대의 압축성장을 이끈 ‘서강학파’ 후예들을 주축으로 시장경제 연구와 정부정책 진단을 위해 신설되는 서강대 부속 연구소다. 원로격인 남 전 총리와 이승윤 전 경제 부총리 등이 설립에 참여했고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소장을 맡았다. 특히 진념 전 경제 부총리,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등 참여정부에 비판적인 경제계 인사들이 자문위원을 맡은데다 대통령자문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정부 조세정책에 쓴 소리를 하다 중도 퇴진한 곽태원 교수도 연구원으로 참여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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