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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좌담] 실물경기 살아나고 있나...

◇참가자 명단차동세 LG경제연구원 고문 : 사회 이서형 금호건설 사장 장경욱 ㈜대우 섬유경공업사업본부장 강병원 동원산업 사장 최근 경기가 바닥을 근접, 내년부터는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던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원화표시 국채의 투자등급을 투자적격수준으로 높였으며 외국인 투자규모도 지난달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의 영향으로 얼어붙었던 주식시장도 주가지수가 8개월여만에 5백포인트를 돌파했고 부동산 경기도 아파트분양 청약율이 상승곡선을 그리며 회복세를 타고 있다. 분위기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경제현장에서는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며 아직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내년으로 예정된 대기업들의 본격 구조조정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리될 인원도 10만명에 가깝다. 또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협력업체들도 구조조정의 도미노권에 들어갈수 밖에 없어 생산과 수출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신문은 수출, 내수, 건설 등 3개부문의 기업인들을 초청, 과연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사회(車東世고문)=최근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11월) 수출이 작년보다 늘어났고, 제조업 가동률도 올라가고 있다. 산업생산증가율의 하락세도 주춤하고 있다. 최근 무디스사가 우리나라의 원화표시채권을 투자적격 상태로 올리는 등 외국의 신용평가기관들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사람들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姜秉元동원산업사장=올 1년동안 전체적인 매출 물량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판매 가격이 올라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0% 올라갔다. 환율이 오르고 원자재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수익률은 업체별로 편차가 크지만 전체적으로는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로 들여다보면 원양업에서도 통조림용 선망 산업외에는 좋아진 것이 아니다. 수치상으로는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식품 산업이 비교적 경기탄력성이 적은 업종이라서 전체 산업 경기를 대표하기는 어렵다. ▲李瑞炯금호건설사장=최근 일부 지역의 아파트가 분양이 잘 돼 다행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유사이래 최대의 고비를 겪고 있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80조원에서 올해 50조원로 줄어들었다. 공공부문의 감소폭은 8%에 그쳤지만 민간부문은 60%이상 줄어들었다. 이 정도라면 7년전으로 후퇴한 셈이다. 그때는 건설 회사 수가 1,000개 정도였지만 지금은 4,000개로 늘어났다. 경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내년에는 업체마다 최소한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다운사이징도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229개 건설업체가 부도났지만 올해는 450여개 업체가 부도를 냈다. 내년에는 공공부문은 그런대로 유지하겠지만 민간 부문이 문제다. 금리가 4~5%로 안정되면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사회=건설 경기가 활성화돼야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등 전체 실업률을 줄일 수 있다. 주택 경기는 거품이 빠지면서 현재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무실, 상업용 건물은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당분간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 수출과 섬유 부문은 어떤가. ▲張庚旭㈜대우본부장=올해 수출 분야에서 얻은 최고의 소득은 자신감이다. 작년 IMF 사태가 터진 뒤 바이어로부터 수출 물량을 수주하는데 정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만큼 좋은 기회도 없었다. 내수가 줄어 원자재가 남아돌았기 때문이다. 정말 마음놓고 수출 주문을 받았다. 지난해 150억달러를 수출했는데 올해는 180억달러로 늘었다. 이중 섬유에서만 4억3,000만달러를 차지했다. 외환 위기는 우리만 맞은게 아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역시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며 수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동남아 국가와의 경쟁 탓에 제품값은 20%정도 떨어졌다. 대신 물량이 크게 늘어 전체 수출은 늘어났다. 또 원자재값이 떨어져 채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25년동안 섬유와 관련된 일을 했는데 원면 값은 심지어 20년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환율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줄고 환차익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세계의 섬유 수요가 내년에는 감소할 것이다. 환율도 1,200~1,300원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여 환차손이 예상된다. 또 섬유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어 아무리 많이 수출하고 싶어도 일정량 이상은 수출할 수가 없다. 더구나 수출하면 할수록 덤핑이니 하는 식으로 규제가 심해질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가 「IMF체제를 1년만에 졸업한다」는 식으로 자랑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부 제조업은 이미 기반이 무너지고 있어 안타깝다. ▲사회=언제쯤 경기저점을 지날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는 내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과연 언제 경기저점을 통과할지 전망해달라. ▲張본부장=섬유는 내년 1·4분기가 경기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경기가 좋아지기보다는 오랜 기간 침체하는 L자형으로 진행될 것 같다. ▲李사장=민간 건설은 월별로는 최고 80%가 줄어든 적도 있다. 브레이크가 언제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감소세가 계속될 것이다. 건설 경기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좋게 만들기도 어렵다. 전체 경기가 좋아져야 한다. 특히 민간 구매력이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 실업이 줄어드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이고, 민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해야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 ▲姜사장=경기저점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가 호황이라고 불렀던 시기가 지금 무슨 소용이 있는가. 민간 소비와 투자가 줄어든 지금이 오히려 정상일 수도 있다. 지금 산업시설은 대부분 과잉설비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민감한 문제지만 「완전 고용」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에서 완전고용을 유지한 나라는 극히 드물다. 유럽도 실업률이 10% 안팎이다. 실업률이 낮기 때문에 3D업종을 기피하고, 결국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온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빈부 격차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내년 경기는 당분간 L자형으로 갈 것이다. 해외부문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해외에서 특별한 요인이 없으면 당분간 경기회복은 어렵다. 경기저점에서 다시 호황으로 가자는 것은 과잉 욕구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회=정말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성장잠재력을 넘는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그 결과로 소비와 투자에 거품이 일었다. 정부가 완전고용에 집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다시 한번 검토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경기가 나빠졌다고 급격한 U턴을 바라는 것은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姜사장=내년 경제는 업종별로, 회사별로 크게 달라질 것이다.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는 못버티는 시대가 왔다. 첨단기술에 대한 논쟁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만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다. 예를 들어 섬유나 식품도 충분히 첨단 업종이 될 수 있다. 요즘 첨단 업종이 아니면 신용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한다. 이 점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사회=올해초에 20~30%를 오르내리던 금리가 최근 급격히 떨어졌다. 금리 하락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중 가장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리 하락은 경기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업에 자본이 들어오고,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금리 인하는 시장 기능이 아니라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 불안한 면이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자금경색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해당 기업에서는 어떤지 들려주기 바란다. ▲李사장=건설업은 금리인하의 혜택을 많이 봤다. 솔직히 건설업체들의 부채 비율이 다소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적인 부채 비율이 560%인데 건설 업체는 650%다. 물론 건설업체들의 잘못도 있지만 올해 살인적인 고금리때문에 건설업체들이 무더기 도산 사태를 맞았다. 저금리 시대가 오면 부동산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 건설 경기를 살리려면 빨리 금리가 정상화돼 저금리 시대가 정착돼야 한다. ▲사회=환율도 당초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고 있다. 환율이 1,200원밑으로 떨어지면 기업 활동에는 어떤 영향이 오는가. ▲張본부장=수출하기에 좋은 환율은 1,500원대다. 1,300원대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더 떨어지면 환차손이 커진다. 현재의 환율이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반영한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환율이 이 정도수준에서 안정될지도 확신이 없다. 만일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수출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사회=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환율은 1,300원대가 균형상태가 아닌가 한다. 달러의 정상적인 수급도 중요하지만 핫머니(HOT MONEY)가 얼마나 들어오느냐, 외국 자본이 얼마나 빠져나가느냐도 중요하다. 핫머니는 약 8조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8조달러의 핫머니에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기업의 부채 비율을 200%까지 줄이라는 것이 정부의 요구다. 여기에 대해 업계는 현실론을 들며 다소 회의적이다. 무리해서 줄이는게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의 부채 비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姜사장=정부의 요구이므로 업체들로서는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부채의 규모가 큰 회사가 문제가 많을 것이다. 정부가 요구하는 부채비율 축소 방향은 당연하다. 하지만 환율, 금리 등 지표가 예측할 수 있도록 움직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충격을 준다. 예전부터 부채 비율을 엄격하게 정했다면 기업들이 무리하게 안 늘렸을 텐데 그렇지 않아 충격이 큰 것이다. 많이 빌릴수록 좋다는 생각이 그동안 기업에 널리 퍼졌다. 바람직한 부채비율이 얼마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힘들다. ▲李사장=부채비율에 관한한 업종별로 차이가 많다. 정부는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정부가 요구한 부채비율을 달성하려면 수익성있는 사업을 팔거나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모두 해외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 우리는 옛날에 얼마에 샀고, 이자를 내서, 얼마를 투자했는지를 따지는데 외국은 주로 수익성을 따진다. 예를 들어 어떤 땅에 대해 우리는 100억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외국은 40억원정도로 평가한다. 우리는 그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는데 40억원에 팔면 땅은 땅대로 없어지고 은행에서 빌린 돈까지 갚아야 한다. 더구나 정부에서 자산매각을 강요하는 현재의 상황을 외국 투자자들이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를 철저히 이용해 값을 깎는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시간적인 여유를 갖는게 이익일 수 있다. 너무 인위적인 것은 해가 될 수 있다. ▲사회=정부의 부채비율 축소 방향은 옳다. 우리나라에 경제위기가 온 것도 빚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채비율에 관한한 업종과 기업별로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유연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올해 경상수지가 400억달러에 달한다. 내년에는 200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수입이 크게 줄어든게 올해 경상수지흑자의 가장 큰 원인이다. 소비재뿐 아니라 올해 시설 투자가 안돼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3~4년 뒤에는 산업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염려다. 실제로 회사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려달라. ▲張본부장=올해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내년에는 원자재 수입 등으로 올해보다는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들도 현재 내년 수출 계획을 줄이고 있다. 흑자폭도 함께 줄어들 것이다. 수출이 늘어났지만 최근 환율이 떨어지면서 환차손도 생기고 있다. 3~4개월전 1,500원대 환율에서 원자재를 사다가 현재 1,200원대에 수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출혈수출이다. 내년에는 외형만 늘리는 수출은 안될 것이다. 실제로 돈을 버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姜사장=올해 우리가 경상수지 400억달러의 흑자를 낸데 대해 「특수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쌓인 재고를 팔아치운데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400억달러의 흑자를 낸 것은 우리 민족의 저력이다. 몇년동안 적자를 내다가 이렇게 큰 폭의 흑자를 낸 것 아닌가. 올해는 특수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건 우리만의 저력이다. 수입이 줄어 투자도 줄어든다는 걱정이 많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없이 중복투자가 심했다. 과당경쟁 때문이다. 중복투자만 피하면 3~4년 뒤 일어날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꼭 필요한 부분만 투자하는 것이다. 내년 수출에 대해 업체들마다 100~300억달러로 흑자폭을 다양하게 예상하고 있다. 환율이 1,300원대만 유지되면 큰 규모의 흑자도 가능하다. 수출에는 국가시스템이 중요하다.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 어떻게 수출하는지 아는 나라다. 수출에 대한 국가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국가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내년에 200억달러 이상의 흑자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흑자가 계속되면 환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을 정부가 잘 조정해야 한다. 지난 1년동안의 경험은 이에 관한한 긍정적이다. ▲사회=환율이 1,300원대로 유지되면 내년 경상수지 전망은 밝아 보인다. 환율과 금리는 실물 경기를 반영할 수 밖에 없다. 금리가 내려가면 환율이 변한다. 내년에 자금 수급이 정상화됐을 때 금리가 내려갈 것인지가 키(KEY)가 될 것이다. 새 정부가 경기를 일으키고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의 애로사항은 없는지, 정부에 건의할 것이 있다면. ▲李사장=정부차원에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올해들어 부동산과 관련해 많은 제도를 개선했다. 중도금 대출, 미등기전매 제도 등의 정부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효과도 높다. 그러나 아직 민간의 구매력이 부족하다. 민간 구매력은 경기 전체와 흐름을 같이 한다. 공공 부문 투자를 늘려주기를 기대한다. 최근 입찰 제도를 개선하자는 논의가 활발해 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 건설 분야는 절약도 중요하지만 품질이 더 중요하다. 빌딩, 다리는 10~20년 만 쓸 것이 아니다. 아껴서 짓겠다고 100년 쓸 건물을 부실로 지어 20~30년 밖에 못 쓴다면 손해가 더 크다. 유럽에 가보면 200~300년 이상 쓰는 집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그만큼 오래된 건물은 대궐이나 절뿐이다. 그만큼 투자를 안했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설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당장 예산을 절약하는데 너무 치중해서 부실공사를 남발해서는 안된다. 100~200년 이상을 내다보아야 한다. 최근 정부가 선호하는 「턴키」방식의 수주 형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턴키란 설계에서 시공까지 한 업체가 모두 맡아서 하는 방식이다. 정부로서는 이같은 방식이 편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는 아직 이같은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손해를 많이 본다. 턴키 방식만 강요할게 아니라 이런 능력을 키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회=중요한 문제를 지적해 주었다. 100년 이상 가야 할 독립기념관이 지은지 얼마 안돼 비가 새는 등 부실공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외국에는 오래된 건물이 얼마나 많은가. 눈앞의 경제적인 문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한다. ▲張본부장=IMF위기는 우리나라가 외환, 금융 분야에 미숙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단점을 극복하면 앞으로는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우리같이 수출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가 드물다. 빨리 국가 신인도만 회복하면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작년에 인도네시아에 외환 위기가 닥쳤을 때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몰려온 적이 있다. 아직 외국의 바이어들은 「MADE IN KOREA」를 동남아 국가보다 한 수 위로 인정하고 있다. 먼저 정부는 당분간 수출을 최우선으로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수출첨병이랄 수 있는 종합상사를 정부가 지원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종합상사의 수출비중은 전체의 51.3%다. 정부가 다른 대기업과 똑같은 눈으로 종합상사를 보는 경향이 있는데 종합상사의 특수한 점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현재 종합상사가 국내의 중소기업과 구축해놓은 관계를 잘 활용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 종합상사의 부채 비율은 다른 기업과 달리 특수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국내 제조업체도 키워야 한다. 내가 대기업에 있지만 중소기업중에는 정말 부러운 업체들이 많다. 예를 들어 세계 손톱깎기 시장을 석권한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그렇다. 이러한 건실한 중소기업은 아직 많다. 모닝글로리같은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지난해와 올해 많이 쓰러졌다. 정부는 이런 중소기업을 지원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 ▲姜사장=정부가 IMF위기를 국민교육, 소비자 교육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수입의 질을 한번 따져보자. 수입중에 보석 등 고급 소비재가 얼마나 많은가. 해외여행에서 쓰고온 달러도 적지 않다. 입사시험을 치러온 사람들을 보면 아무리 집안이 어려워도 해외연수는 한번쯤 다녀오는게 기본이다. 미국 갔다왔다고 영어 잘하는게 아닌데도 말이다. 사회 분위기가 외국에 나갔다 오지 않으면 취직이 안될 것처럼 몰고가는게 문제다. 앞으로 근로소득, 사업소득으로만 살아가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일해서 번 돈, 사업해서 번 돈으로는 과소비를 하라고 해도 못한다. 일해서 벌지 않은 돈이 문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산소득은 줄어야 한다. 정부는 「렌탈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뭐든지 빌려 쓰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집은 말할 것도 없고 보석, 옷 등 마누라, 자식만 빼고 다 빌려 쓰도록 만들자. 해외부문이 좋아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 WTO체제 아래에서 내놓고 지원할 수야 없겠지만 외국에서 돈을 벌어오는 사람들의 등을 밀어주어야 한다. 한 예로 원양어선 선원들을 예로 들어보자. 원양어선의 선장쯤 되면 연봉이 3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세금으로만 1억원을 훨씬 더 넘게 낸다. 원양어선 선장들은 『국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고급 승용차 타고 다녀도 우리는 중형밖에 못 탄다』고 말한다. 외국에서 돈을 벌어오는 사람들은 세금을 깎아주는 등의 혜택을 주어야 한다. 정부가 실업자에게 돈을 주기보다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실업자에게 수조원을 지원하는데 이 돈중 일부를 벤처나 중소기업에 지원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미국의 GE, IBM 등이 경기불황때 많은 직원을 해고했지만 그 사람들이 다시 창업해 오히려 일자리는 늘었다. 위험(리스크)이 분산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 하나가 무너지면 은행 몇 개가 흔들리고 관련된 회사 수십, 수백개가 흔들리는 사회를 벗어나야 한다. ▲張본부장=정부가 어설프게 첨단 업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펴다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산업 분야가 흔들렸다. 섬유를 예로 들어보자. 섬유는 올해 반도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수출한 분야다. 이익은 제일 많다. 그러나 정부가 90년대 들어 사양 산업으로 선정해 많은 피해를 보았다. 사양 기업은 있어도 사양 산업은 없다. 내 전공 분야가 와이셔츠인데 세계적으로 와이셔츠 깃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손에 꼽는다. 이것이 첨단 기술이다. 그러나 정부가 너무 홀대한 나머지 우리가 어렵게 확보한 기술이 동남아, 중남미로 넘어가 버렸다. 첨단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가 경쟁력 있는 산업을 「첨단」으로 만들어야 한다.【정리=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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