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바쁘게 지냈는데 이제 디지털카메라로 남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찍고 싶다.” 오는 28일 주총에서 40년간 몸담았던 금융계 일선에서 떠나는 김승유(62ㆍ사진) 하나은행장은 지난 22일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행장은 “사진도 찍고 쌓아놓았던 자료들도 정리해야겠다”며 “당분간은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기 때문에 회사의 인수합병(M&A)과 주주관리는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외환위기 당시 외국은행들을 상대로 외채 만기연장을 위해 설득하러 다녔는데 미국 시카고은행에 갔을 때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어 가슴이 찡했던 적이 있다”며 “내가 방문한다고 해서 시카고은행측이 특별히 태극기를 걸어둬 큰 감동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김 행장은 그 이후 외국인이 하나은행을 방문하면 그 나라의 국기를 걸어주고 있다. 그는 이어 “한국투자금융이 은행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한 충청은행 인수와 회사의 중대 위기였던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김 행장은 은행원 후배들에게 “국제적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초를 튼튼히 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며 “경제를 보는 눈이 생기고 화폐금융 리스크가 뭐라는 것을 알아야 변화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충고했다. 김 행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일하다가 오는 10월께 지주회사 설립과 함께 지주회사 회장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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