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워크아웃 개시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던 국민은행이 이틀에 걸쳐 릴레이 회의에 돌입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까지 나서 “충분한 설득을 통해 (쌍용건설 워크아웃 개시)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채권단을 독려하는 분위기라 국민은행도 결국 ‘동의’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신위원회 일정을 확정하지 않던 신한은행도 오는 13일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한달 가까이 표류하며 법정관리 위기에 처해있는 쌍용건설의 운명이 이번 주 안에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진통을 예상하는 시각도 적지 않아 쌍용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섣불리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민ㆍ신한 손에 달린 쌍용건설의 운명=국민은행 여신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쌍용건설 워크아웃 동의여부를 논의했다. 장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해 최종 결정을 하루 뒤인 12일로 연기했다. 쌍용건설 워크아웃 지원에 난색을 표하며 여신위원회 개최를 차일피일 미루던 국민은행이 적극적으로 쌍용 문제 해결에 착수한 것.
국민은행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금융당국의 설득 작업의 영향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쌍용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부채권은행인 국민ㆍ신한의 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워크아웃 참여를 독려했다. 최 원장도 11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금융사랑방버스 1주년 기념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용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계속 (채권단과) 의견조율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꿈쩍 않던 국민은행이 여신관리위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마당에 결국 국민은행도 찬성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국민은행이 쌍용건설 워크아웃 개시와 관련 동의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신한은행도 이날 저녁 부랴부랴 여신관리위원회 일정을 확정했다. 오는 13일 여신위에서 쌍용건설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75%가 찬성해야 개시된다. 이미 동의서를 제출했거나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힌 채권단의 지분을 모두 합산해도 국민과 신한 둘 중 한 곳이라도 찬성하지 않을 경우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은 부결된다.
현재 부채권은행인 산업과 하나는 “다른 은행이 워크아웃 개시에 찬성하면 동의서를 제출하겠다”는 뜻을 최근 금융당국에 전달한 바 있다.
의결권 15.16%를 가진 서울보증보험은 은행들이 모두 워크아웃에 찬성하면 동의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여, 쌍용건설의 운명은 사실상 국민과 신한은행의 손에 놓이게 됐다.
◇워크아웃 개시까지 막판 진통 예상=일각에서는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무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날 금융당국 긴급 회의에서도 국민과 신한 측은 “한 때 쌍용의 대주주였던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전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여신위원을 설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코는 여전히 쌍용건설 워크아웃에 동참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생각이다.
금융당국도 “과거 쌍용건설의 협력업체가 1,400여곳에 달하고 해외 수주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채권단을 설득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까지는 개입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풍림산업이나 벽산건설 역시 하도급 업체가 1,000곳이 넘었지만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전례가 있다”며 “채권단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쌍용건설의 법정관리 행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에 대한 채권단의 채권금액은 총 1조 3,700억원이다.
쌍용건설은 최근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늦어지면서 수주가 유력했던 2억 달러(2,259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C 복합건축 프로젝트를 놓쳤다. 경쟁사가 쌍용건설의 재무위기를 문제 삼은 것이다. 쌍용건설은 중동의 한 국가가 발주한 40억 달러(4조5,180억원) 규모의 지하철 공사도 날릴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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