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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에게 권한다

대통령 임기인 5년 간격으로 신문을 들춰보면 역사는 돌고 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예외없이 임기말에 국가가 위기상황에 처했었고 그 덕택(?)에 새 대통령은 국론을 통일할 수 있었다. 구원투수 격으로 들어서는 새 정부였기에 대다수 국민들은 선거 때의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한 마음으로 성원했다. 하지만 집권 중반기에 들어서면 국론이 분열되고 인기도 떨어진다.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서서히 사라지고 제몫찾기에 바빠지기 때문이다. 또 개혁정책이 세부적으로 들어가면서 반발이 점차 거세지게 된다. 대통령의 진정한 고민은 바야흐로 이때 시작된다. 나름대로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만 결국은 측근들의 목소리에 경도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번에 밀리면 더 이상 개혁을 할 수 없다”는 논리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그런 과정을 밟았다. 그 이후 어설픈 개혁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민심이 돌아서고 오히려 다른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보아 왔다. 아무리 명분있는 정책도 국민들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란 얘기가 아니다. 중요한 정책일수록 여건을 잘 조성하고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통치야말로 종합예술이다. 확고한 리더십과 유능한 비서진, 사명감 높은 공직자들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경제상황과 사회분위기, 정치권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25일 취임하는 노 대통령에게 두 가지를 권한다. 5년전 신문과 각종 병법서를 읽었으면 한다.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임자들의 과오를 밟지 말아야 하며,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건설하려면 모략과 계략으로 가득한 세상사를 먼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병법서 가운데 `36계`를 먼저 권한다. 36계 가운데 첫 번째는 지도자가 망설일 때 수하들이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담겨 있다.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 즉, 지도자를 속여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당 태종이 고구려를 침공할 때의 얘기다. 그는 고구려를 치려고 대군을 이끌고 서쪽으로 진격했으나 막상 황해에 이르러 망망대해를 보고는 망설였다. 그러자 대장 설인귀가 태종을 배로 모신뒤 장막을 가리고 연회를 베풀었다. 술잔이 돌자 태종은 취흥이 도도해졌고, 그러는 사이에 대군은 바다를 건넜다. 이 고사성어의 뜻은 여러 갈래로 해석이 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느 집단이 일을 밀어부치는 과정에서 지도자의 눈을 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대통령이 주변을 자기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로 포진시키는 것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일사불란하고 추진력도 높아지지만 반면에 인(人)의 장막이 두터워지게 된다. 지금 청와대는 민주화에 대한 신념이 강한 사람들, 정의감이 넘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들로 포진돼 있다. 그들의 강한 신념이 투명한 경제,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한편으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강하면 부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결국은 대통령이 하기 나름이다. 집권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초반엔 상당한 자신감을 가진다. 스스로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조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아랫사람 관리도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이후에 어떠했는가는 노 대통령이 더욱 잘 알 것이다.젨젨 통치자는 끊임없이 자신과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고 아울러 반대편의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다시 한번 노 대통령에게 권한다. 앞으로 중요한 순간이 닥칠 때마다 5년전 신문과 병법서를 들춰보기 바란다. 그것은 훌륭한 반면교사(反面敎師)요, 상당히 효과가 높은 `각성제`가 될 것이다. <김준수(정보과학부장) j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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