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계개편 추진 시기' 논란

7ㆍ26 재보선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조순형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집권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민주당이 주도할 정계개편 논의를 당내에서 거역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당내 논의의 핵심은 정계개편의 시기 문제다. 지도부는 조기 정계개편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이는 반면 당내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통합문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28일 회의에서 “대통령 선거는 1년 반 후의 먼 이야기고, 국민의 고통은 바로 눈앞에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선 로드맵이 아니라 서민경제회복 로드맵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권력게임의 유혹에 빠져 국민이 처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복잡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컴백’한 것을 계기로 좋든 싫든 여권의 새 판짜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김 의장이 공식 회의 석상에서 정계개편 논의를 차단하고 나선 것은 역설적으로 재보선 이후 조기 정계 개편론이 당내에서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문학진 의원은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 당선이 갖는 의미가 작지 않다”며 “상당수가 좋든 싫든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정계개편 논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정계개편 논의가 앞당겨질 경우 중심 축은 범 평화민주개혁세력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5공과 유신에 뿌리를 둔 세력과, 남북 관계발전에 역행하는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도 “지도부가 조 전 대표의 당선 의미를 축소하면 안 된다”며 “민주개혁세력 통합을 위해 탄핵 주도세력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류가 곧바로 공식적인 당대 당 통합논의 등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정국을 관망하자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한길 원내대표의 “언젠가 정치권에 큰 변화가 필요한 때가 오면 우리당이 중심에서 주도할 수 있도록 지도부가 미리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