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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간질환자 등 고위험군 백신 꼭 맞으세요

■ A형간염 예방하려면

어릴 때 감염될 경우 항체 생겨 평생 면역

성인은 증상 심각… 치료제 없어 예방이 최선

화장실 다녀온 후·식사 전 반드시 손씻기

음식 잘 익혀 먹고 과도한 음주는 피해야

한 어린이가 감기 증상으로 소아과 진료를 받고 있다. A형 간염의 경우 초기증상이 감기와 비슷한 만큼 방치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 영유아들은 백신 접종을 하고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서울경제 DB


제약회사에 다니는 영업사원 김모(39)씨는 4년 전 A형간염에 걸려 쓰러진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며칠 동안 감기몸살과 같은 증상이 계속되더니 어느 날 집 앞에서 의식을 잃고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간 김씨는 A형간염 진단을 받았다. 간수치가 수백배로 높아져 며칠간 입원치료를 받은 후 김씨는 주변에 "A형간염 백신은 꼭 맞아야 한다"며 A형간염백신 전도사가 됐다.

정부가 내년부터 만 1세에게 A형간염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기로 하면서 A형간염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A형간염은 2009년 국내에서 5만명이 넘게 발생하며 아웃브레이크(특정 질환의 환자수가 급증하는 현상) 수준을 기록하다 지난해 5,000여명으로 10분의1로 감소하며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감염자가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정부가 영유아 무료접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예방접종을 소홀히 할 경우 A형 간염환자 수는 언제든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3년 4,627명이던 A형 간염환자 수는 이후 점차 증가세를 보이면서 2009년 5만5,735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가 이듬해인 2010년(3만6,288명)부터 감소추세로 돌아서 2012년 8,634명, 2013년 5,109명으로 줄어들면서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은 환자 수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09년~2010년 A형 간염환자가 급증하며 사회적 이슈가 되자 주요 감염대상인 20~30대 젊은 층이 서둘러 백신 접종에 나선 영향이 크다.

실제로 이 기간 A형간염백신의 판매량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A형간염백신을 판매하는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관계자는 "평소 연간 170만도스(1회 접종량) 정도 나가던 A형 간염백신이 2009년 60% 이상 증가한 280만도스가 판매됐다"며 "소아와 성인층에서 골고루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형수 강동성심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는 "2009년~2010년 사이 젊은 층에서 A형간염 백신 접종이 늘면서 A형간염 전파 속도가 줄어들었다"며 "이 당시 유행했던 신종플루로 인해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한 것도 환자급감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영유아 A형 간염 백신 접종을 무료화한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라며 "다만 중·고등학생 등 청소년층까지 접종대상을 넓혔으면 백신 접종 효과가 더욱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20~30대 젊은 층의 A형 간염항체 보유율이 매우 낮은 만큼 A형간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백신 접종률이 낮아지면 언제든지 다시 A형 간염환자 수가 급증할 수 있는 만큼 개인위생과 백신 접종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A형 간염환자가 2009년~2010년 급증한 것은 우리나라의 보건환경과 연관이 깊다.

우리나라 보건위생상태가 개선된 1980년대 이후 태어난 20~30대가 어렸을 때 A형간염에 간염되지 않아 항체를 생기지 않으면서 성인이 된 후 감염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A형 간염은 어릴 때 감염될 경우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면서 A형 간염 항체가 생겨 평생 면역이 된다. 성인이 된 후 감염되면 증상이 심각해져 입원치료를 받기도 하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A형 간염에 걸리면 심한 발열과 오한·피로감 등이 나타나며 식욕이 떨어지고 복통과 구역질, 구토, 설사, 황달, 우상복부 통증 등 갈수록 증세가 심각해진다. 감기와 장염으로 잘못 알고 초기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김동준 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속이 메스껍거나 토하기 때문에 위장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고 심지어는 관절통도 나타나 독감이나 몸살감기로 착각할 수도 있다"며 "성인이 된 후 감염되면 위장증상과 피곤감·황달 등 증세가 심해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형 간염 치료제는 없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일반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증요법이 주된 치료이며 고단백 식이요법과 간에 휴식을 주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최선의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과 혈우병 환자, 의료업 종사자, 만성 간질환 환자 등 고위험군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A형 간염은 대변으로부터 경구로 감염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개인위생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도 이상에서 1분만 가열해도 사라지기 때문에 끓인 물을 마시거나 충분히 익힌 음식을 섭취하는 것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또한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을 통해 쉽게 전파가 가능하므로 기저귀를 간 후, 화장실을 다녀온 다음,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본수칙만 지키더라도 상당수의 A형 간염은 예방이 가능하다. 길거리에서 파는 날 음식이나 조금이라도 상한 음식, 오래된 어패류 등은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과음을 하지 않는 등 평소 간을 피로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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